수아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술에 완전히 취했다. 수아가 술에 취하면 말투나 그런 걸 통화로도 알았다.
-술 먹어?
-아니야.
딱 잡아뗀다.
-술 먹은 티가 나는데.
갑자기 옆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긴장했다.
-옆에 누구야.
-있긴 누가 있어. 아무도 없어.
분명 남자 목소리가 들렸건만. 수아가 발음을 똑바르게 하려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어색하게 들렸다.
-아무도 없다니까. 잘못 들은 거 아니야.
-술 취했어. 그런 게 확실해. 집으로 찾아간다.
-오지 마. 안 와도 된다니까.
목소리는 불안하고 다급해졌다. 수아의 오지 말라는 말이 음기를 더 가중했다. 곁에 남자 놈이 더 부추겼겠지. 오긴 어딜 와. 그렇게 못 미다워 그동안에는 어떻게 지내 온 거야.
무작정 갔다. 그때부터 수아는 연락 두절이었다. 확인차 몇 번을 휴대전화 버튼을 눌렀지만 소용없었다. 수아 집 앞까지 갔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계단식 아파트라 현관 앞에서 아무리 서성거려도 안쪽과는 달리 밖이라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바깥쪽에서 팔 층 쪽을 바라봐도 불은 온통 꺼져있는 상태였다. 없던 척을 했던 건지, 잠이 든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 삼십여 분을 망태처럼 지키고 섰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몇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아파트 위에 달이 차오르고 그 뒤로 펼쳐지는 수백 광년의 우주를 늙다리같이 짚었다. 이쯤에서 녀석과 여자친구는 벌써 일을 성사해 치하하며 서로에게 휘장을 달아주고 있는 건가.
새벽 시간쯤이었다. 몇 시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휴대전화 액정에 비치는 시간도 쳐다보지 않았다. 연락이 계속 두절인 상태에 있다 그놈한테 연락이 왔다. 집 근처 애들 놀이터로 나와.
나가보니 성종의 손에는 맥주가 들려 있었다. 수아랑 마셔놓고 나랑 또 마시려고. 녀석이 캔 뚜껑까지 따주고 맥주를 건넸지만 쳐다 만 보고 받지 않았다. 너 같으면 이 상황에서 술이 넘어가겠니. 민망한지, 그대로 딴 맥주를 거두어 지가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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