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빵공장에 들어 갔구나.
“저기……, 저한테 이제 말 놓으시면 안 돼요? 저도 이제 오빠라고 부를게요.”
“글쎄요.”
“꼭 그러더라. 승동 씨는. 할 말 없음, 글쎄요.”
이제 반말은 넘어서 투정 조가 되어버린 종임의 말에 굳어지고 말았다. 어느새 왔는지 종임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내 옆으로 와서는 팔짱을 끼고 갖은 애교를 다 부리듯 매이는 거였다. 오빠. 네? 오빠라고 부를 거예요. 오빠도 말 놓을 거죠? 네? 네? 그러다 내가 그만 결정타를 날렸다. 어색해요. 미경이랑 있을 적에는 아저씨란 말이 익숙해요. 그녀는 다소곳이 팔짱을 풀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종임 씨. 전 그냥, 당황이 돼서.”
“알아요. 전에 미경이가 승동 씨 부를 때 늘 아저씨라고 부른 거. 그럴 때마다 승동 씨가 미경한테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는 거. 이야기 들었어요. 이해해요. 그래서 더 오빠라고 불러주고 싶었어요. 단지 승동 씨랑 더 친해지고 가까워지고 싶거든요. 미경이 자리에 제가 감히 들어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종임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반목 상태에서 그나마 종임이 적극적으로 대해주어서 잠시나마 행복에 겨워 어쩔 수 없이 주춤거린 거에 불과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몇 번을 더 만났지만 불편해하는 쪽은 오히려 종임 쪽이었다. 팔짱도 끼지 않았고 내 눈빛을 자주 피했다. 종임이 걷고 있을 즈음이면 보조를 맞춰서 아무 말 없이 걷던가, 멈추던 가가 고작이었다. 누군가가 먼저 말을 꺼내야 했는데 분위기 전환해야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이후로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살얼음같이 느껴지던 날들이었다. 그 불안함이 정작 현실로 바뀌었다. 종임의 나지막한 모습도 제1막 1장으로 너무도 가볍게 막을 내리는 계기가 다가온 것은 회사 앞에서의 운명적인 미경과의 만남이었다. 세 사람이 얼굴을 서로 맞닥뜨려진 것은 내가 군에 있을 적 그들이 면회해 온 이후 두 번째였다. 상황이 많이 변했고 설렘이나 만남의 기쁨 같은 것은 전혀 없이 서로 눈빛들을 피하려고만 들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용역회사에 소개비를 갖다주고 미리 전화해서 종임을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한쪽 회사건물 귀퉁이에서 느닷없이 미경이 보였다. 화장했는지 안 했는지 분간은 할 수 없었고 베이지색 계통의 정장이었다. 그녀는 나를 금방 알아봤다. 이내 나를 보자마자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여기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서자 그녀는 반색이 대었고 멍하니 정신이 빠진 사람같이 도 보였다. 미경한테 가진 감정은 우선은 반가움보다는 야속함이 밀려왔다. 전에처럼 애원하듯 매달려 보고도 싶었다. 그녀는 진정하지 못해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녀는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귓불까지 빨개져 달아올랐다.
“저기 많이 보고 싶었어.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
“어떻게 지냈어? 말 좀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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