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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이야기

by 남상봉

더없이 다정한 부부였다. 남편은 자동차 사업을 하고 아내는 일곱 살 아들 다섯 살 딸을 둔 행복한 가정이었다.

남편 종식은 일을 마치면 칼 퇴근을 해 처 자식과 밤 시간을 오붓하게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강변에 위치한 롯데 아파트 삼층에는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가정은 화목했고 두 부부는 서로 사랑했다.

그 흔한 부부 싸움도 없이 사이좋은 종식과 아내 애련. 그리고 아들 경민이와 딸 세련이는 아름답고 건전한 가정 속에서 아픔 없이 평안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악마도 시샘할 정도인 식구의 빈 구멍에 큰 틈이 생긴 종식의 사업이 파탄이 난 그날. 그 후. 그 시간 이후에도 애련이는 아무 말 없이 가족을 돌 보았다.

짜증 한마디 없이 가정사에 전념하는 아내를 지켜보던 종식은 재기해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아내와 자식에게 미안했지만 어떻게든 일어서려 하였다.

집안에 서서히 궁기가 들기 시작하자 애련이 나섰다. 바깥출입이 잦아지고 어디선가 돈을 벌어오던 애련은 점점 귀가 시간이 늦어졌다.

종식은 아내를 책하지 않았으나 점점 낌새가 이상해짐을 느꼈다. 휴대폰으로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고 낯선 남자의 번호가 저장 돼 있는 것을 확인한 종식은 대로했다.

그날. 그 후. 그 싸움 후. 아내는 집을 나갔다. 충격을 받은 종식이 그녀를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아내는 롤스로이스 차량에서 어떤 사내와 같이 내리고 있었다.

종식은 달려가 사내의 턱에 주먹을 날리고 애련의 손을 잡고 가려했다. 애련은 꼼짝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가난이 들면 사랑은 밖으로 도망가는 걸 몰라?"


그 옆에 롤스가 빙긋 웃으며 턱을 쓸어 만지더니 애련을 차에 태우고 사라졌다.

종식이가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업으로 복귀해 성공하기까지는 삼 년이 걸렸다.

그는 재기에 성공해 엄마 없이도 곱게 커준 애들이 고마워 올 가을엔 하와이 가족 여행을 준비 중이다.


애련이는 어떻게 됐을까? 이 다방 저 다방 전전하다 외롭게 주저앉아 훌쩍거리고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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