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by 오 지영

인생이 별 탈 없이 굴러가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내 주위에도 몇 있다. 하지만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만큼 알고 있다. 정말로 그건 ‘같아 보이는’ 것이라고.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을지, 지금 무엇을 겪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나 역시 그랬다.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들을 겪는 시간이 있었지만 항상 밖에서 웃었다. 약속이 잡히면 약속을 나갔고, 경조사에 빠지지 않으려 애썼고, 힘들다는 친구 말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내가 덜 힘들어서는 아니었다.


몇 년 전, 친한 동생이 물었다.


- 언니도 힘들 때가 있어?

- 무슨 소리야. 나 매일이 힘든데.


동생말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했다. 누구에게는 내가 별 탈 없이 굴러가는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매일을 버티며 살고 있었는데. 그때 알았다. 인생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나는 밖에서 웃었다. 매일 해야 할 일들을 기어이 해냈고 예민하게 굴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 일상이 유지되어야 이 모든 것들이 지나갈 수 있음을. 내가 여기서 무언가를 포기하고 숨어버리면 또다시 헤쳐 나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몇 주 전, 친구와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 사업을 크게 하는 동문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엄청 잘 나가더라, 사업을 잘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나 봐, 뭐 그 정도. 그래도 우리가 모르는 사정도 있겠지. 란 말에 그치, 그렇겠지. 란 대화를 했다. 이 나이가 이렇게 만든다. 인생에서 좋은 면만 올리는 것이 SNS고, SNS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고 저 사람의 상태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그런 나이.


인생이 별 탈 없이 굴러갔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글을 쓸 때면 더 많은 감정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행복하기만 하면 내 글은 재미없을 테니.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내가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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