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보내는 편지

by 오 지영

아끼는 동생이 내 글은 마치 손편지 같다는 말을 한다. 오래된 친구가 내 글 알림이 뜰 때마다 자신에게만 오는 메시지 같다 한다. 오늘 글은 코 끝이 찡해서 울뻔했잖아,라고 메시지를 보내온다. 누구에게는 그야말로 오글거려 손발이 모아지는 글이고, 누구에게는 위로인 글이다. 나의 글은.


글을 보여주기 싫어 이 공간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글들이 그저 남에게 감성 나부랭이로 치부되는 게 싫어서, 글을 읽고 좋은 피드백을 기대하는 내 모습이 싫어서, 미완전한 글의 부족함이 남의 눈에 너무 채일까봐서. 그래서 숨겨두고 나만 쓰고, 읽으려 했는데 주위 몇몇 사람들은 열심히 검색을 해서 구독을 누르기도, 매일 업데이트되는 이 많은 글들 중 내 문체를 알아보고 찾아오기도 했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나의 글을 구독해서 읽고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 어떻게 찾았어?

- 네 편지 받은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지.


그 말이, 이제까지 네게 보낸 내 다정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같아서 그날은 그 말을 여러 번 곱씹었다.


다정하게 말하는 것을 몹시도 못 견뎌하는 사람들이 있다.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젓는 사람들. 툭툭 내뱉는 말이 쿨한 걸로 착각하는 사람들. 자신의 말이 남에게 상처가 되던 말던 상관없다는 태도. 나 역시 직접 대화할 때 언제나 상냥한 편도 아니고, 생각보다 욕도 잘하고, 남에게 모진 말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지쳐있을 때 던지는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을 얼마나 동요하게 만드는지 알고 있기에 약한 사람에게 더, 아픈 사람에게 더, 부족해 보이는 사람에게 더 다정하려 노력한다. 내가 생각하는 다정의 힘이다.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네게 보내는 진짜 편지다.


나는 요즘 아이스크림을 달고 살아. 밥은 한 끼, 많이 먹으면 두 끼 먹어. 너는 지금쯤 저녁을 먹었으려나. 매일 밤 산책을 하고, 올댓 커피에 가서 자주 커피를 마셔. 내가 말했었나, 거기 커피 맛있다고. 네가 좋아하는 시지 않고 다크한 원두야. 요즘은 전혀 책을 읽지 않아. 그냥 브런치에 올라오는 짧은 글들 위주로 읽는데 세상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서 읽다 보면 작아져 있고는 해. 오늘은, 간만에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알지. 나는 누가 나오라 하면 잘 나가긴 하지만, 스스로 약속을 잡는 일이 잘 없는 거. 그래서 친구 목록을 보며 친한 사람들에게 뭐 하고 있나 물었는데 친구1은 아직까지 대답이 없고, 동생1은 코로나가 음성이 나왔지만 혹시 언니가 자기 때문에 걸리면 울거라하고, 언니1은 와인 70개의 박스를 정리하는 바람에 뻗어버렸고, 친구2는 이사 준비로 바쁜 것 같고. 그리고 너한테는 연락하려다 말았어. 연락해볼걸 그랬나.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네.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아. 금방 또 코 시린 겨울이 오겠지? 나는 요즘 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서 발을 동동 굴러. 자꾸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그 시간에 놓고온 것들을 생각해. 미련은 아닌데, 그래. 너는 요즘, 어떻게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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