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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May 29. 2022

서른 다섯 미혼 여성이 친구 결혼식을 대하는 자세



내 나름의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봤지만 이 글은 나의 일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서른다섯이 되었다. 분명 서른 초반이었던 기억은 있는데, 코로나로 몇 년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서른 중반이 되어있었다. 반년만 지나면 이 숫자도 바뀔 것이고, 아직 여름도 다 오지 않았지만 금세 코가 빨개질 정도의 추위가 올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야속할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될 때, 앞자리에 3이 붙을 때, 싱숭생숭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주변에서 “이제 너 서른이네.”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고, 우리끼리도 “이제 우리 서른이야.” 하며 우는 이모티콘을 서로 보내곤 했었다. 서른이 뭐라고. 서른을 기점으로 많은 친구들이 결혼을 했다. 그 시기에 월급이 거의 축의금으로 나갔을 정도로 많은 결혼식을 다녔는데, 미안하게도 100프로 축하하지 못했다. 50프로는 축하하고, 50프로는 내 걱정을 했다. 연애를 하고 있으면,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을까 싶은 걱정. 연애를 안 하고 있으면 나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나도 웨딩드레스 입어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그래서 친구들의 결혼 소식에 축하 반, 부러움 반, 내 걱정 반으로 시간을 보냈었다.


지금은 서른다섯. 갈 사람은 다 갔다. 친구들의 행복하고, 짜증 나고, 안락하고, 귀찮은 결혼 생활을 많이 봐왔고, 귀엽고, 말 안 듣고, 사랑스럽고, 지치게 하는 어린이들도 많이 봐왔다. 친구들의 이런 결혼과 결혼 생활, 육아 등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인생에서 큰 선택을 할 때는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을 때 하는 게 좋다’이다.


결혼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물론, 이 사람을 너무 사랑하고 이 사람과의 미래가 기대되서는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 말고도, 양쪽 부모님 중 한 분이 아프셔서 생각보다 빨리 할 수도 있고, 청약이 되어서 소개팅을 하고 급하게 결혼을 하는 경우도 보았다. 부모님이 싫어 도피처로 결혼을 택하는 경우도 보았고, 나이가 차서, 연애 기간이 길어서 하는 경우도 봤다. 이 모든 이유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안 한 미혼 입장에서 결혼은 어른이 되는 또 하나의 관문이고, 이 관문을 통과한 이들이 존경스러우니까.


,  마음과 정신을 건강하게 다져놓고 결혼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있다고 말하고 싶다.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결혼을 하면 남편과 싸우고, 양쪽 부모님으로 인해  생활이 잠시 흔들리게 되어도  다시 돌아갈  있다. 온전한 나로.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정신을 가지고 결혼을 하면 남편과의 다툼이나 간혹 일어나는 사건들이  크게 느껴지게 된달까. 똑같은 크기의 돌멩이를 호숫가에 던졌는데, 어느 쪽은 금세 잔잔해지고, 어느 쪽은 크고 길게 요동이 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결혼을 앞둔 친구들이 가끔 고민을 털어놓을 , 나는 제일 먼저 말한다.  마음과 정신이 지금 건강하냐고. 그렇다면 지금은 무얼 해도 괜찮다고,  결혼 말고도 다른 이벤트 무엇이라도 해도 된다고. 하지만  마음에 불안함이나 걱정, 초조함이 가득  있다면 결혼을 조금 미루고  먼저 돌보자고. 그러면 그때까지  사람이 옆에 있을지 어떻게 아냐는 식의 질문 돌아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 가서 없을 사람이라면 지금도 충분히 없어질  있는 사람 아닌가.


서른 초반의 나는 친구의 결혼식에 가서 늦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당시 연애를 하는 중이었는데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서른 중반이 된 지금의 나는 결혼식에 가서 온 마음으로 축하한다. 나이가 주는 불안감을 떨친 지 오래고, 친구의 인생과 나의 인생은 다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고나서부터는 100프로 축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너의 인생이 반짝반짝 빛나길, 굽이굽이 진 길은 최대한 돌아가고, 지름길로 너의 동반자와 인생을 잘 헤쳐나가길 하며.


나는 지금 연애를 하지도 않고, 당연히 결혼 생각도 없다. 하지만 마음만은 평안하다. 물론 어제 본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새벽 2시에 같이 떡볶이 먹어줄 사람은 없지만 내 인생에 작은 돌을 계속해서 던질 사람이 없고, 감정 소모로 잠을 뒤척이지 않아도 돼서 좋다. 새벽 2시는 아니지만 주말 밤에 맥도날드 가자고 하면 나올 친구들이 아직도 남아 있고, 이런 나의 모습이 무척 편안해 보이고 꽉 차 보인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평온한 내 인생이 계속 평온을 유지하기 위하여 내가 선택한 삶이다. 나는, 지금의 내 삶이 퍽 맘에 든다.



아끼는 동생이 어제 결혼을 했다. 세상 행복해 했을 때도, 가장 밑바닥을 쳤을 때도 늘 함께한 동생. 인생에서 이 이벤트가 다시는 너를 불면으로 이끌지 않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길 빌며 온 마음을 다해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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