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것은 5월 17일. 보름이 지났다. 처음으로 쓴 글은 내가 제일 솔직하게 쓸 수 있는 이야기인 <희귀 난치병 환자로 산다는 것>이었고, 그 후에는 <기어코 달팽이>, <초록색 무지개> 같은 습작 중인 단편 소설들을 올렸다. 브런치에서 소설은 에세이에 비해 잘 읽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첫 문장을 쓰기까지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어떻게 글을 마무리해야 하는지 어려웠다. 그래서 이 글에서 말하자고 하는 게 뭔데. 내가 써 놓고도 다시 읽어보면 중심 문장을 찾기 힘들었다. 회사를 다니며 많은 보고서를 썼는데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잘 쓴 글은 문단의 키워드만 뽑아서 연결을 해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런 글을 쓰고 싶은데. 그래서 완성이 되지 않으면 아예 글 자체가 될 수 없는 소설을 써보려고 한 것이다. 쉬는 동안 내가 내게 쥐어준 숙제랄까.
소설 내용이 잘 안 풀리는 날이면 브런치를 켜놓고 <소설을 위한 고군분투기> 나 퇴사 후기 같은 류의 가벼운 글들을 썼다. 내 생각을 주절주절 흰 공간에 잘도 채웠다. 이 노력을 누군가가 가상하게 여겨주었는지, 글 하나가 다음 메인에 올랐다. 조회수가 만 가까이 되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방법이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고는 했는데, 그런 내게 주는 보상 같은 조회수였다. 반짝하고 말 것을 알지만 기분이 꽤 좋았다.
무척 일기 같은 글로 오늘은 마무리를 해본다.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마치 코로나 확진자 수 같은 그래프라고 했다. (웃음)
매일 쓸 것이다. 그게 뭐가 되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