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by 오 지영

사람을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을 더 많이 좋아하고 더 많이 품었을 때가 있었다. 특히나 20대에 그래 왔는데 그렇게 사람을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그 시절 나를 짓누르던 고민은 늘 사람과의 관계였다.



사랑받으며 자라왔다. 다른 결핍은 있을지라도 애정에 대한 결핍은 없었다. 그런데도, 아니면 그래서였을까. 간혹 무리에서 날 미워하거나 탐탁지 않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게 그토록 괴로웠다. 날 싫어해? 나도 널 싫어해. 할 수 없었다. 왜 날 미워할까에 대한 이유를 찾고, 오해를 풀려 노력하고, 저는 좋은 사람이에요. 예뻐해 주세요. 를 열심히 표현했다. 상대방이 호의적이지 않은 태도를 내게 보인 다는 것 자체가 상처였던 나이.



그때에는 상대가 요구한 적도 없는 애정을 상대에게 쏟아놓고 왜 내게는 그만큼 돌려주지 않냐며 서운해 한적도 있었다. 내가 좋아서 줘놓고. 그게 어느 날은 슬프고, 어느 날은 아프고, 어느 날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도 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주는 게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누군가의 사소한 부분을 캐치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손에 쥐어주고,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적시에 해주어 상대방이 웃는 것을 보는 것. 그게 내 제일 큰 행복이었으니까.



30대가 돼서야 알았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 역시 싫어하는 연예인 리스트가 있지 않은가. 그들이 내게 아무 피해도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무언가 노력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식으로 해석하면 관계를 위해서 그렇게 애쓰고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맞추던 초점을 내게 맞추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삼십 대에는 열심히 남이 아닌 나를 탐구했다. 여전히 사람이 중요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되뇌었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들을 찾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며 "어, 나 이거 좋아하네."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 스스로에게 해주려 애썼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들은 남은 30대에도, 40대에도 마음이 다치는 일들이 또 생기겠지만 어린날의 나처럼 마냥 그 상처를 그대로 받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줬다. 그리고 그렇게 변해온 나의 모습이 지금 나는 퍽 마음에 든다.



사람이 계속 변하듯 관계도 변하고 변하는 관계에서 슬퍼할 필요 없다. 변하면 변하는 대로 달라지면 달라지는 대로 그렇게 살면 된다. 가끔은 단순한 게 좋다.


그러니 당신도 너무 걱정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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