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창조 이야기 10: 생명, 하나님의 선물

by 이효재

<창세기 2:4~7>

"이것이 천지가 창조될 때에 하늘과 땅의 내력이니 여호와 하나님이 땅과 하늘을 만드시던 날에 여호와 하나님이 땅에 비를 내리지 아니하셨고 땅을 갈 사람도 없었으므로 들에는 초목이 아직 없었고 밭에는 채소가 나지 아니하였으며 안개만 땅에서 올라와 온 지면을 적셨더라.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우리는 사람의 생명이 깃털처럼 가볍게 여겨지는 폭력의 시대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교사가 학교에서 어린 학생을 살해하고, 직장 동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옆자리 동료를 집단으로 따돌려 죽음으로 내몰고, 삶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버립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장면들이 아무런 도덕적 무게감 없이 여과 없이 방영되기도 합니다. 게임의 세계에서는 사람 죽이는 일이 재미이고 오락입니다.


타인의 생명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자기의 생명도 전구 갈아 끼우듯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상품처럼 여깁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법칙밖에 없는 진화론이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생명은 갈수록 비존재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생명이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이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취급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성경의 창조 이야기를 읽으며 삶의 무게중심을 무겁게 잡을 수 있습니다. 창조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의 생명뿐 아니라 타인과 자연의 모든 생명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경외감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창조 이야기는 어그러진 이 세상에서 구원받는 길을 제시합니다. 하나님의 창조는 곧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하나님이 땅과 하늘을 만드실 때 땅은 우주의 행성처럼 생명이 살 수 없는 황량한 곳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아직 비를 땅에 내리지 않고 초목과 채소를 땅에서 내지 않으셨지만 땅에서는 안개가 피어 올라와 땅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초목과 채소는 사람의 생존을 위한 양식입니다. 안개가 습기를 제공하고 있어 생명의 양식이 곧 땅에서 만들어질 것을 예고하는 모습입니다.


하나님의 창조는 치밀하게 생명의 탄생을 향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생명은 우연한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높은 뜻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창조 이야기에서 발견합니다.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만드셨습니다.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은 아직 조각 작품처럼 바닥에 누워있을 뿐 아직 생명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사람의 코에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생기는 생명의 바람입니다. 사람이 생령, 즉 살아 움직이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하나님으로부터 옵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골짜기의 마른 뼈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살리셨고(에스겔 36장), 예수님도 말씀으로 무덤에 누워있던 나사로에게 생명을 넣어 일으키셨습니다(요한복음 11장).


내 생명은 하나님이 부모님을 통해 주신 선물입니다. 우리 모두의 생명에는 하나님의 생기가 담겨있습니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하나님의 신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은 우리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내 생명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입니다.


타자의 생명 혹은 자신의 생명을 마치 내 소유물인양 대하는 모든 행위는 하나님의 주권을 부정하고 하나님을 모독하는 죄악입니다. 생명을 하나님의 선물로 믿는 사람은 심지어 미물과 같은 존재라도 아주 소중히 여깁니다. 타자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자신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지만, 자기 생명을 함부로 다루면 타자의 생명도 가볍게 다룹니다.


중세의 성자인 아시시의 프란시스코는 어느 날 길을 걸어가다 지렁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지렁이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 길 옆 숲길로 옮겨주었습니다. 그는 지렁이가 사람이나 짐승에 밟혀 죽지 않도록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작은 생명을 마치 수도원 형제를 대하듯 정중히 대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시기 전에 사람이 먹고살아갈 세상을 먼저 만드셨습니다. 우리 생명은 하나님의 섬세한 계획의 열매이지 우연히 탄생된 부조리한 존재가 아닙니다. 생명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처럼 신성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사람을 하늘처럼 여기라는 동학의 인내천 사상은 창조 이야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세상의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과 가치를 가진 완전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상대가 짜증 나더라도 그 사람에게서 하나님의 신성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내 행동과 말이 달라질 것입니다. (글/이효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창조 이야기 9: 안식, 창조의 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