Übermensch
<창세기 2: 8~9>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니라. 여호와 하나님이 그 땅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 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있더라."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사람이 생산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새로운 데이터를 무한 생성하는 새로운 지식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제는 힘들게 공부하지 않아도 원하는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글도 인공지능이 더 잘 쓸지도 모릅니다.
참 편리하고 쉬운 세상이 왔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시대를 두 팔 벌려 환영하지만은 않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데이터를 사용하며 일하는 전문가들도 마음에 깊은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만들어갈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공지능은 사람의 한계를 훌쩍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수 백, 수 천 명이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 안에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불안합니다. 이제는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지식들이 나와 세상에 파괴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공지능은 운동선수가 열심히 노력해서 능력을 키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시스템입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우리의 신이 되려고 할 것입니다. 창조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사람의 한계를 지키라고 경고했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첫 사람 아담을 창조하시고 이어서 동산을 창설하셨습니다. 아담이 창조된 지역에서 동쪽으로 향한 에덴에 있는 파라다이스, 곧 생명의 번영이 보장된 곳이었습니다. 에덴동산은 하나님의 성산, 곧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성전이었습니다.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이 거하시는 에덴동산에 먹을 수 있는 열매 맺는 나무가 자라났습니다.
하나님은 에덴동산 중앙에 나무를 만드셨는데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입니다. 생명나무는 우리를 살게 하는 생명의 나무입니다. 요한계시록은 생명나무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열매를 맺되 달마다 그 열매를 맺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치료하기 위해 있더라.(계 22:2)" 이 나무 열매를 먹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고 하나님과 함께 행복하게 삽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히브리어에서 직역하면 ‘선과 악의 지식의 나무(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입니다. ‘선과 악의 지식’이란 하나님이 정해주신 도덕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선과 악을 결정하고 판단하는 지식입니다. 사람이 지식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선과 악을 아는 지식을 취득한다는 것은 사람 자신이 선악의 기준을 정하는 ‘인간 해방’ 선언입니다. 이 나무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하는 사람이 그 말씀을 버리고 스스로 신이 되지 말라는 창조주 하나님의 경고였습니다. 사람이 결코 넘지 말아야 할 한계를 기억하라는 경고판입니다. “너는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물임을 잊지 말라.”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생명의 복을 받고, 자기 자신의 말씀―내면의 욕망의 소리―을 따르면 죽음의 저주를 받는다는 생사화복의 이정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보다는 짜라투스트라(니체의 지혜자)의 말을 듣고 그를 따라갔습니다. 그는 교회가 가르쳐온 전통적인 신을 죽이고 내가 인생의 주인으로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창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선동했습니다. “신은 죽었다.” “내가 신을 죽였다.”
짜라투스트라는 신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을 주인의 명령에 고분고분 무릎을 꿇는 낙타와 같은 노예라고 비하했습니다. 참된 인간, 곧 진정한 사람은 즐거운 어린아이처럼 아무 제약 없이 마음껏 생을 살아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모든 사람들의 모델이자 목표인 '초인'(위버멘쉬, Übermensch )입니다.
세상은 짜라투스트라의 선동에 넘어가 하나님의 말씀을 버리고 전통 신앙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세상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같은 끔찍한 전쟁으로 거대한 폭력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지 않고 끊임없이 사람의 한계를 넘어서는 길을 찾았고 결국 돈을 새로운 신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무한대로 증식한 돈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한계를 초월한 과학 기술의 발전에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게 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우리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미증유의 불안과 두려움과 고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결코 해답이 아닙니다. 선과 악을 아는 나무를 먹은 후유증이 심각합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참 생명나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먹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가 창조주 하나님께 되돌아가는 길입니다(요 14:6). (글/이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