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18~25>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무엇이라고 부르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가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부르는 것이 곧 그 이름이 되었더라. 아담이 모든 가축과 공중의 새와 들의 모든 짐승에게 이름을 주니라. 아담이 돕는 배필이 없으므로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살로 대신 채우시고,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 아담이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부르리라 하니라.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아담과 그의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니라."
평균 출산율이 1명 이내로 떨어지고 이혼이 일상화된 우리 시대 결혼은 불행한 일입니다. 불행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는 인구가 완전히 소멸되고 텅 빈 땅만 남게 될 것입니다.
생명이 소멸되어 가는 작금의 현상은 경제 문제 이전에 종교의 문제입니다. 행복한 삶을 향한 지혜와 능력을 제시해야 할 종교가 경제에 굴복했습니다. 작금의 사태는 돈이 삶을 지배하는 경제 구조가 만들어냈습니다.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창조 이야기의 메시지를 심각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성경의 창조 이야기는 어떻게 최초의 사람 아담으로부터 80억 인구를 가진 오늘의 세상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통찰력 있게 설명합니다.
여호와 하나님은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는데(창 1:27), 남자를 먼저 창조하시고 남자(히브리어로 ‘이쉬’)에게서 여자(히브리어로 ‘이샤’)를 만드셨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사람이지만 서로를 완성시켜 주는 존재입니다. 남자는 여자 없이 불완전한 사람이고 여자도 남자 없이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 목적을 달성합니다.
하나님은 여자를 만드시기 전에 각종 동물들을 아담 앞으로 지나게 하시고 아담에게 이름을 짓게 하셨습니다. 유대 랍비들은 아담 앞을 지나간 동물들이 암수 짝이었다고 해석합니다. 암수 짝을 지어야 자손을 잉태하고 양육해서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생명 재생산의 소명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아담은 암수가 짝지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외로웠을 것입니다. 아담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는 말씀은 생명 재생산의 소명을 실천할 수 없는 불완전한 상태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남자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남녀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결혼으로 맺어진 남편과 아내가 “내 뼈 중의 뼈요 내 살 중의 살”의 관계, 즉 서로 없어서는 안 될 돕는 배필로서 깊은 연합의 관계임을 의미입니다. 하나님이 맺어주신 남편과 아내는 벌거벗었지만 부끄러워하지 않는 가장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입니다.
부부는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내 것을 내어주고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의 얼굴을 빛나게 합니다. 서로를 마주 보며 상대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길을 가도록 격려하고 고쳐주고 손을 잡아주는 삶의 동반자입니다. 부부는 이러한 사랑 안에 있어야 자녀를 낳고 양육하며 하나님의 복을 받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시 127:2~5).
결혼은 상대가 맘에 안 들거나 잘못을 하면 헤어질 수 있는 계약(contract)이 아니라 평생 서로에게 돕는 배필이 되기로 서약하고 헌신하는 언약(covenant)입니다. 결혼 생활을 통해 남자는 더욱 남자다워지고 여자는 더욱 여자다워집니다.
상명대 조은숙 교수는 모든 문화에서 결혼 제도는 전통적으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 살기로 서약하는" 백년가약을 맺고 평생 동안 헤어지지 않고 지키는 것을 덕으로 여겼다고 말했습니다.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혼인식 날 처음 만난 신랑과 신부가 죽음이 가를 때까지 함께 살 수 있었던 것은 부부의 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언약적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서로 사랑해서 만나 결혼하고서도 이러이러한 점들이 맞지 않거나 상대방이 실망시켰다는 이유로 헤어지는 부부들이 적지 않습니다. 내가 상대를 위한 돕는 배필이 되기보다는 상대가 나를 위한 배필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 필요가 채워지지 않으면 힘들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맺어주신 언약적 관계에 충실하지 않으면 헤어기기 마련입니다. 서로 온전한 사람으로 성숙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려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떠나지 않고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언약 관계의 모델입니다. 제자들이 아무리 실망시키고 심지어 자신을 팔아넘기더라도 예수님은 결코 그들을 버리지 않고 인내하시며 그들을 사랑으로 섬겼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서로 사랑하는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냈습니다.
사람은 함께 번영해야 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명령이고 약속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자신을 내어주는 섬기는 언약적 사랑만이 서로를 번영하고 행복하게 합니다. 우리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이룹니다. 언약 관계에 충실하면 대대손손 번영하는 축복을 누립니다. (글/이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