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1~5>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열매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요즘 자유라는 말처럼 타락하고 오용된 단어도 없습니다.
취임식부터 자유를 외치던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국회와 국민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이 어리석은 대통령을 따르는 청년들은 '자유 민주 시민'의 자격으로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을 파괴하고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것은 자유가 아니라 무책임한 폭력일 뿐입니다.
자유라는 말은 달콤합니다. 우리는 자유라는 언어에서 모든 제한에서 해방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러나 이 자유는 오직 상상에서만 가능한 비현실적 소망일 따름입니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름입니다. 자유와 책임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자유는 방종입니다. 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입니다. 우리는 책임 없는 자유가 얼마나 악하고 위험한 것인지를 작년 12월 3일 이후 끔찍하게 목격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책임을 지는 자유를 주셨지만, 사탄은 책임지지 않는 자유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하나님이 에덴동산의 남자와 여자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지 말라는 명령을 주셨을 때, 그들은 따먹을 수도 먹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로운 선택과 함께 그에 따른 책임을 동시에 부여받았습니다.
어느 날 간교한 뱀(사탄, 타락한 천사)이 여자에게 슬며시 다가와 물었습니다. “하나님이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하셨느냐?” 사탄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콕 찍어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나무'에 이 나무를 슬쩍 끼어넣었습니다. 선악과를 먹는 자유에 대한 책임을 흐리는 유혹이었습니다.
여자는 사탄의 유혹에 걸려들었습니다. 하나님은 선악과를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는다고 경고했지만(창 2:17), 여자는 “죽지 않으려면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아주 단호하게 “먹지 말라. 반드시 죽는다”고 경고했지만, 여자는 “죽을지도 모르니 먹고 만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는 뉘앙스로 하나님의 엄격한 경고를 약화시켰습니다. 순종의 문제를 선택의 문제로 해석했습니다.
뱀은 하나님의 말씀에 절대 순종해야 하는 사람의 한계성을 교묘하게 허물었습니다. 마침내 하나님 말씀도 뒤집었습니다. “먹어도 안 죽는다. 선악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게 된다.” 하나님이 주신 선택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꼬드김이었습니다.
사탄이 제시한 자유는 스스로 하나님이 되어 선악을 아는 기회를 포기하지 말라는 불순종의 자유였습니다. 이 자유는 죽음이라는 책임을 외면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자유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행사하는 욕망이 아닙니다. 그 자유는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것처럼 타자를 향해 자발적으로 자신을 내어주며 섬기는 사랑의 자유입니다. 이렇게 자유를 사용할 때 우리는 참 사람이 됩니다. 사람은 타자의 행복을 통해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자유롭게 일해서 얻은 재산은 모두 내 것이라는 근대주의적 자유 개념은 오늘날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극단적 개인주의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자유가 오히려 세상을 매우 위험한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점점 고개를 들고 있는 정치적 극우주의와 파시스트 운동은 이처럼 극단적 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자유는 나의 행복을 위한 무한의 권리 행사가 아니라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는 자유입니다. 자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순종의 문제입니다. 사탄은 자유를 뒤집어놓으려고 우리를 유혹합니다.
사탄에 유혹당하지 않으려면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리스도의 말씀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리입니다.(요 8:32) 이 진리 안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글/이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