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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Aug 14. 2024

고흥에 머물다-아직도  아침  8시 20분이라니

도시와 시골의 아침 시간은 다르다.

만항재로 차박여행, 부산집에 다녀오니 고흥 집의 일상은 새롭다. 여명의 아침잠에서 깨었다. 남편은 일본어 공부 중이다.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남편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남편이 일본어 공부에 매진하듯 나의 관심은 텃밭에  있다. 어제저녁에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텃밭, 들깨는 잎사귀마다 구멍이 나있고 양배추도 잎사귀에 구멍 숭숭

꽃들이 피었다. 낮달맞이꽃, 바질, 박하, 민트, 상추도 부추도 모두 꽃봉오리를 맺었다.  

나의 눈길을 끄는 건  설악초다. 우리 집 텃밭 한편이 환하다.

더위와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텃밭에 물을 준다. 아직은 시원한 날씨, 째소들은 물을 쏙쏙 빨아들인다. 잡초들은 벌레도 먹지 않고 통통하게 잘 자라고 있다. 조금 있다 아침 먹고 다시 텃밭에 나와서 가지치기도 하고 잡초도 매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호스로 멀리까지 물을 뿜어 텃밭에 물을 주고 샌드위치에 들어갈 양배추 잎 따고 상추 따고 토마토를 땄다.  

그사이 억세지고 빨개지고 많이 자랐다. 냉장고 대신 텃밭에서 식재료를 가지고 들어오는 것이 뿌듯하다

양배추 푸른 잎으로 만든 샌드위치 패티, 상추, 토마토를 얹은 샌드위치의 맛이 입안에  돌면 만족스럽다. 그와 함께 커피 한잔

모자라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한 끼이다.


남편이 설거지를 하는 나이에  마늘을 깐다. 점심요리에 사용될 것이다. 그 후 마늘 껍질, 양파껍질, 옥수수 껍질을  텃밭에 고랑에 깔아준다. 계란껍데기는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뿌리려고 햇볕에 늘어둔다.


 커피를 마시며 남편과 홋카이도 차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스타렉스 3 밴의 캠핑카로의 구조변경 이야기, 시모노세키에서 홋카이도 가는 길 미치니 엑기 이야기, 여행후기를 책으로 출판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이다.


남편은 운암산 싸목싸목길을 걸으려 가고 아들은 헬스에 간다. 이후 시간은 나의 텃밭 가꾸기 시간이다. 남편과 같이 가지 않는 이유는 24시간 같이 있는 것보다는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남편은 출근시간 나는 재택근무시간이다.


텃밭에 풀들이 무성하다. 풀을 뽑아 줘야 하는데

볕이 뜨겁다. 방으로 돌아와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지금이 10시쯤 되었나?

시계를 보는데 8시 20분이다. 이렇게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 아직 8시 20분이야? 부산에 있을 때 딸이 출근하는 시간인데......

시계가 고장 났나? 휴대폰 시계를 본다..

8시 20분이 맞다.


선크림 듬뿍 바르고 몸에 뿌리는 모기약 잔뜩  뿌리고  창 큰 모자를 쓰고 장화도 신고 텃밭으로 간다. 무성하게 자란 오동통한 쇠비름, 명아주, 비단풀이 뽑힌다. 내가 뿌리지는 않았지만 갓들은 남겨 놓는다. 남편이 잘 만드는 감자탕에 넣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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