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제스산의 아사히다테
우리는 홋카이도에 라벤더가 유명하다는 것 정도만 알고 왔다. 우리의 멘토이신 분이 대설산에 가보라고 하신다.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간다고 했다. 우리는 정상까지 로프웨이가 올라가는 줄 알았다. 아직 눈이 남아 있을 거라고도 했고 화산 분화구가 살아있다고도 하셨다. 그리고 시원하다고......
우리가 차박을 하던 비에이시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로프웨이 가격이 비싸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가기로 했다. 두 명 왕복에 7만 원 정도다.
산아래서 보니 구름이 산을 가려 눈인지 구름인지 구별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산봉우리가 범상치 않았다.
로프웨이는 단숨에 우리를 해발 1600m로 오려 놓았다.
안내원이 뭐라 뭐라 하지만 알아들을 수도 없어 산책로로 올라갔다.
스가타미 산책로이다. 스가타 미는 거울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거울이라고 하는 것은 호수인 것 같다. 아직도 님아 있는 잔설이 있는 만큼 눈이 녹아 만든 호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 험한 길은 아니다. 잔설도 있고 꽃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그리고 산 위에서는 분화구에서 수증기들이 피어오르고 있다.
꽃을 보았다가 눈을 보았다가. 분화구를 보았다가. 처음 보는 신비한 경치에 걸음을 멈추곤 한다.
길이 험하지는 않지만 높은 고도여서인지 다리는 별로 아프지 않은데 숨이 가쁘다.
쉬었다가 호흡을 달래며 올라간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 많은 사람들이 있다. 로프웨이를 운영 외에도 이런 자원을 관리하는데도 돈이 들겠구나. 로프웨이의 가격이 아깝지 않았다.
저 언덕 위가 전망대이다. 수증기만 피어오를 뿐 전망대에서는 무엇이 보일지 모른다. 걸음이 빠른 남편은 먼저 올라가고 나만 숨을 고르며 올라갔다.
전망대에 도착했다. 호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런 높은 산에 호수가 있는 것은 눈 때문일 것이다.
7월 초 조금 남아있는 잔설들이 보인다.
해발 2291m 홋카이도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라 한다. 한라산처럼 정상부 바로 아래촉에는 고원이 펼쳐져 있다. 푸른 하늘과 초록초록한 넓은 초원 맑은 호수를 보니 눈이 맑아진다. 걷고 싶어 하는 남편은 더 높은데 다녀오기로 하고 나는 이곳에서 경치멍에 빠져든다.
좋다.
정알
조오타
분화구 가까이 갔다. 우리뿐이었다. 분화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들려온다.
"사진 찍어 드린까요?"
한국분이다. 부부가 시간을 맞추지 못해 혼자라도 여행을 왔다는 분이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주인공 같은 분위기다. 반갑게 이야기를 하다 헤어졌다. 우리는 시간이 많고 이곳은 아름답고 시원하기에 오늘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기로 했다.
로프웨이는 15분마다 있으니 오래 머무를 수 있다.
다음 전망대로 갔다. 새로운 세상이 하나 더 열렸다. 산에 가려져 안 보이던 곳, 또 하나의 고원이 나타난다.
호수를 따라 걸어갔다. 물은 맑고 차고 푸르다. 어느 외국인이 발을 담그다 일본의 젊은 여성에 의해 제지당한다. 조용히 양말을 신는 외국인 여성
이 신성한 물에는 발을 담글 수 없나 보다.
이제는 스가타미 산책로가 아니고 등산로입니다라는 안내판이 있다. 시간이 많은 우리는 많이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돌아오기로 했다. 이 넓은 고원이 다 꽃밭이다. 크게 자라지 못한 나무들도 짧은 여름에 빨리 꽃을 피우고 싶나 보다.
바람꽃 비슷한 종류의 꽃인데 일본인들도 이름을 잘 모른다 한다.
이건 작은 나무에서 피는 꽃이다.
빙글빙글 돌아서 험한 산을 넘나 보다.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난다. 4시간에서 5시간 걸렸다한다.
가도 가도. 푸른 초원길이다. 긋나다 등산로에 접어들겠지. 등산을 좋아하는 남편은 몹시 아쉬워한다. 로프웨이만 타보고 내려갈 생각이었기에 등산할 준비가 안되었다.
젊은이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내려오고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곳은 햇빛은 내리쬐는데 살갗에 스치는 바람은 서늘하다.
'스즈시이'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햇볕보다 바람의 영향이 더 커서 이곳은 매우 시원하다. 이곳을 아이누족들은 신의 놀이터라 불렀다한다. 이 곳에서 보내는 하루는 신의 일과처럼 신선하고 새롭고 기분이 좋다.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 신의 하루를 보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