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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Feb 23. 2024

고흥에 머물다-농협 보답대회

귀촌일기

 아침부터 이장님의 목소리가 마을 방송을 통해 흘러나온다.

  "오늘은 보답대회가 있는 날이니 11시에 모여 마을 회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3시에 농협으로 출발하겠습니다. "

잠시 후

"점심식사하러 모인 분이 너무 적습니다. 부락민 모두 식사하러 오십시오."

보답대회는 농협에서  마을별로 점심식사 등을 대접하는 행사인 것 같다. 우리 마을은 마을회관에서 하는데  농협에서 식사비로 조합원 1인당 얼마씩 지원했다고 한다.

  우리는  조합원이 아니어서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식사하는데 일손을 도우러 회관으로 출동했다.  매번 심부름이라도 하러 간다. 내가 하는 일은  음식 나르고 설거지하는 정도? 그릇은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니 크게 할 일은 없다. 그러나 이방인이 내게 바로 일을 맡기기에는 편안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심부름에 끼어든다.


오늘도 현관에 들어서자 오른쪽은 남성분들의 방, 왼쪽은 여성분들의 방으로 갈라져 모여 있었다. 거실에서는 여자 몇 분이 음식을 만들고 있고 나머지 분들은 방에서 담소 중이다.  

유자 석류농장을 하는 아주 젊은 귀촌인이 두세 대 살고 있지만 참석하지 않는다.

회관 안의 풍경은?

첫째  남자분들은 상차림을 제대로 하여 대접을 받지만 여자분들은 큰 쟁반 위에 밥과 반찬을 대충 놓고 식사를 한다. 동병상련이라 동생들 차리기 편하라고 배려하는 것 같기는 한데.....;.

둘째 회의는 남자분들만 한다. 의견을 가결할 때도 남자방에서 하고 부녀회장을 뺀 피선거건도 남자에게만 있는 것 같다.


주 연령이 7.80대라 예전 관습이 남아 있는 듯하다. 아무도 이상하게 느끼지 않고  불만도 없고 자연스럽다.

다른 동네에 비하면 남자분들의 숫자도 많다.  시간에 맞추어 오셔서 식사하고 한참 이야기하고 가신다. 크게 재미있는 분은 없으신 듯하다. 


잡채와 돼지고기를 볶는 손이 바삐 움직인다. 제일 덞은지라 항상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하는 부녀회장

큰 일손은 부녀회장과 온갖 농사일과 농기계를 모두 다루는 슈퍼우먼께서 하시고 음식 솜씨가 좋은  큰언니 한 분이 하신다. 여자분들 방은 화기애애하다. 싸우다 화해하기를 어린애들처럼 하신단다. 그러면서 매일 회관에 모여 논다.


  식사 시간이 지나가고

우리 옆집 언니의 제안, '마을 잔치에 우리 줄다 기기와 강강술래 하자. 아랫담, 윗담 내기야.'

그 제안에 아랫담 윗집 언니가 대답한다.

 '아랫담은 못 이겨. 맨날 해봐야 헛일이야. 덩치를 봐, 체격 좋은 사람은 모두 윗담에 다 모였어.'

나도' '지더라도 해봐요. 열심히 당겨볼게요.'

 언제 하려는지 모르지만 나는 줄다 기기도 강강술래도 찬성이다. 아랫담 언니들은 어차피 질 것이라 포기하는 것 같고 윗담 언니들도 큰 관심은 없다.


부엌에 다녀오니 노래가 시작되었다. 성악을 전공한 내 바로 위 나이의 언니는 동네사람을 위해 트로트를 부른단다.

고음까지 쑥쑥 올라가는 시원한 가창력

'사랑. 그 싸아~라망이  야속~~ 하더라 ~~~~'

동네 분들 모두 신나서 손뼉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른.

"춤도 추어야지."

그 언닌 물 만난 고기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더 신났다.

신나는 율동도 곁들여 가즈아~~~.

앙코르곡역시 ok

잘 올라가고 잘 넘어간다.

다음은 넬라환타지아

3곡을 연거푸 부른다.


그런데 황당......

다음엔 나보고 노래 부르래요. 연습해서 다음 모임에 하겠습니다. 다음엔 꼭......

나는 음치박치인데 그냥 있는 그대로 부르지 뭐

선곡만 하면 돼 노래는 못 불러도 율동은 하자

동백아가씨나 소양강 처녀 정도 할까?

숙제가 생겨버렸네. 노래를 누군가는 못 불러야 웃고 재미있는 법이지? 자신 있게 틀리면 최고의 재미이리라.

설거지하고 집으로.....

유튜브에 노래방을 틀어 본다.

'1번 곡 이미자 동백아가씨, 2번 곡 울릉도 트위스트 3번 곡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잘 되든 안되든 가즈아. 다음에는 꼭 부른다.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 나는 어떻게 할까? 노래는 잘하고 넘어갈까?

그러면 서먹서먹하던 관계도 좀 나아질까?


귀촌 후 우리들은 마을주민들과 不可近不可遠의 원칙을 고수한다. 우리의 생활을 자유롭게 누리면서 마을분들을 존중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인사 잘하기, 쓰레기 마을 쓰레기 분리수일 화요일에 청소차 다녀간 떨어진 쓰레기 뒷정리하기, 모두 모이는 행사 참여하기 등이다.

이런 행사에 적극적으로 노래도 부르고 언니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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