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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Feb 23. 2024

고흥에 머물다-두번째 수입

귀촌일기

고흥으로 이사 온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부터 우리는 등산과 차박여행을 했었는데  귀촌 후도 계속합니다.

  요즘 고흥은 이달 내내 비가 오락가락합니다. 요즘 우리 부부는 등산도 안전제일! 비가 오면 쉽니다. 올여름은 며칠을 제외하고는 등산을 못 갔어요.

 그러니 집 앞에서 자연을 즐깁니다. 집 앞을 흘러가는 빗물줄기를 바라보며 유니버설스튜디오 세트장을 떠올리기도 했고  빗소리를 즐기기도 했어요. 창문 밖으로 보이는 흐릿한 하늘과 전깃줄 너머로 보이는 청록빛 나무들에게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었어요.

  그러나 하루종일 아니 일주일쯤 빈둥거려 본 사람은 압니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가를! 우연히 일을 하게 되었네요. 이웃에 사는 선사장님이 삼촌집 이사를 하는데 집수리를 한다고 보일러공사하는데 보조 좀 해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했어요.

  비는 오락가락하고 빈둥빈둥하던 우리에게는 하나의 이벤트였죠. 흔쾌히 일하러 나섰습니다. 가서 보니 대가족들의 가족애가 끈끈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저희도 조금은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저희가 일당을 받게 된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 시작해 볼게요. 선사장님 큰 외삼촌이신데 지금 83세이시고 자가는 없으시다고 합니다. 우리의 철학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를 미리 실천하신 분인가 합니다. 시아주버님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시는 숙모님 내외와 조카인 선사장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가 같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먹을 것부터 아이스크림, 물까지 챙겨주시고 초당옥수수, 수박, 감자 등 새참을 준비해 오시곤 했는데 사실 저희들은 먹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서 한 개 먹고는 배가 불러서 못 먹고 다음은 더 먹을 새가 없었어요. 그래서 죄송할 정도로 세심하게 챙기셨어요. 고향에 사시면서 모든 집안 대소사를 챙기시는 것 같아요. 우리하고 같이 일을 하시는 작은 외삼촌께서는 허리가 아프시대요. 앉았다 일어나는 일은 못하시지만 본인이 하실 수 있는 일은 알아서 조용히 하시네요. 선사장부인 #숙씨는천사예요. 모든 사람들에게 싹싹하고 붙임성도 좋고 일도 잘해요. 하지만 전문가들 둘 빼고는 모두가 보조인 6명의 시골집 리모델링 이야기 시작할게요.


이웃에 사는 선사장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보일러선 까는데 보조  좀 해달라고 하셨죠.
우리는 그냥 도와주려고 따라갔어요. 보조로 일하는데 저라는 보조의 보조까지 갔답니다.
선사장님은 시멘트를 깨고 남편은 그 시멘트 조각들을 밖으로 치우는 일을 했답니다. 저는 할 일이 없었고요.
보일러는 어떻게 설치하나 하는 호기심은 갖고 있었죠.

마당은 제초제를 뿌렸고 아직은 깨끗이 정리된 상태는 아니었답니다.
이제 집 보수를 하면서 또 폐기물들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건 앞집 지붕입니다. 마당은 아담해서 폐기물을 걷어내고 정비를 하면 텃밭도 화단도 꾸밀 수 있어 나름 살만한 집이 돌 것 같아요.

이제는 보일러선 깔기 작업입니다. 비닐을 깔고 열반사단열재를 깔았습니다. 이 공사에서는 비용 때문에 구들장을 뜯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보일러선의 열이 아래 구들장 쪽으로 내려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답니다. 그 위에 격자모양으로 된 철사를 깔고 그 선에 맞추어 엑셀파이프를 철사에 묶어 줍니다.

한차레씩 소나기가 쏟아졌다 해가 나면 날씨가 매우 덥습니다.
액셀파이프 설치가 끝나고 그 위에 방통작업을 했습니다.
먼저 모래와 시멘트를 일정한 비율로 섞었습니다. 그다음에는 페인트통 같은데 담아 방문 앞에 전달하면 선사장의 숙부님께서 시멘트믹서기드릴로 시멘트 몰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작업해 둔 엑셀파이프 위에 갔다 부었습니다. 저와 남편, 그리고 선사장부인은 부지런히 시멘트혼합물을 날랐고요. 숙모님은 숙부님이 드릴로 혼합할 때 물의 비율을 맞추느라 물바가지로 부지런히 물을 날랐어요. 시멘트몰탈 제조 후 방에 붓기 그리고 긴 자로 수평을 맞추기, 이 공정은 일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그러나 6명이 일심동체로 일을 해서 라인이 잘 돌아갔어요. 그날 공사를 무사히 끝냈어요. 큰 공사 같으면 레미콘을 이용할 텐데 방하나만 공사하는 거라 우리들이 모두 했네요.
이 때는 저도 도움이 조금 되었어요. 모래와 시멘트 섞은 것을 통에 담아 나르는 일을 했어요. 별 한 일도 없는데 허벅지가 저렸어요. 저는 정말 새발의 피만큼 일을 했어요.
일이 끝나고 난 뒤 선사장님이 말하더군요. 일하는 것은 재미있다고요. 제일 재미있는 것이 일하는 것이라고요. 저는 반쯤 동의했어요. 일하는 것도 재미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노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속으로는 되뇌었죠.

  우리 남편은 40대에 퇴직을 하고  음식점을 잠깐 했어요. 몇 년 하다가 접고 그 후 많은 시간을 도배일을 했어요. 이 것을 안 선사장님이 이 집의 도배장판할 것을 권했나 봐요. 일 그만둔 지 오래되었지만 그냥 해드리던지 저렴하게 해 드릴 생각으로 도배를 맡았답니다.
고흥에서 재료를 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더라고요. 차 타고 가다 보니 지업사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 보여 들어가 샀어요. 싸게 해 드릴 생각이었는데 재료비가 남편의 생각보다 20만 원이나 비쌌어요.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하더라도 10만 원쯤은 비싼 것 같아요.
헐! 살까 말까 고민도 했는데 그래도 웬만한 건 고흥에서 소비하기로 했으니......

벽지 재단합니다. 모두가 수동이에요. 벽지재단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요. 재단 후에는 풀칠도 혼자 했어요.
만약 우리가 이걸 직업으로 삼고 있다면 재단 후 풀칠은 제가 하겠죠. 이 쪽 방의 장판은 전기 필름이었어요. 조심조심 다룹니다.

재단은 한 번에 했는데 풀칠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큰 방 풀칠하고 붙이고. 작은방 풀칠하고 붙이기로 했어요. 다행히 천정이 낮아 우마가 필요 없었어요. 방 두 개 붙이고 천정공사가 없는 식당방 하나 붙이고
끝이 났는데...... 김해(김에)가 있었어요. 벽지가 남는 김해(김에) 견적에 없던 곳 붙이고요. 걷어낸 장판으로 이곳저곳 보수하는 것이지요. 싱크대가 있는 부엌 쪽 부분을 추가로 공사했어요. 오래되어서 무척 지저분했는데 깨끗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두 번째 김해는 문짝이었어요. 한지문에 벽지를 붙인다기에 옥상옥일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참 예쁘더군요.
장판 깔기는 다음날로 미뤘습니다.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날 마무리 할 수는 있었겠지만 요즘은 남는 게 시간이니 그다음 날해도 무방했죠. 다음 날 10시쯤 가니 삼촌과 숙모님께서 마당 청소를 많이 하셨고요. 장판을 까는 순간 집은 새집으로 탄생하는 것은 아시죠.
   장판 까는 작업은 저의 보조가 많이 필요합니다. 먼저 바닥에 작은 돌이라도 있으면 안 되기에 청소기를 준비해까서 세심하게 청소해야 합니다. 큰 방은 방통작업 후 시멘트 가루와 여러 가지 작은 흔적들을 치워야 했고요. 작은 방 전기패널 쪽은 깨끗이 닦았어요. 그리고 남편의 정밀시공 끝에 예쁜 방이 탄생했어요.
또 김해가 있지요. 부엌인데요. 본래 부엌은 제가 처음 봤을 때 숨이 막혔어요. 병 깨진 것들이 보일러 옆에 가득 있었고 물이 빠지지 않는 바닥과 흙발자국들이 난무했거든요. 그런데 작은 방에 깔았던 장판으로 부엌 바닥을 깔아달라 부탁하셨어요. 남편과 선사장님이 싱크대를 들고 하면서 깔더니 금방 새 공간으로 변했어요. 어제 그 공간이 이렇게 바뀐 것을 보고 제 마음이 환해졌죠.
  두 번째 김해는 식당방바닥매트 깔기입니다. 이방은 보일러가 없기 때문에 실내화와 매트를 사용하면 노인분이 추울 때 고생 덜 하시라고 숙모님께서  숙부님께 사 오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깔았는데 길이가 다른 부분만 재단하여 고정시켰습니다.
세 번째 김해는 마루에 장판 깔기입니다. 방에 장판 깔고 남는 걸로 하시려고 했습니다만 견적 낼 때 딱 맞게. 길이를 자르는 바람에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좀 어둡고 낡았으나 마루로 있던 것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김해는 거의 숙모님의 부탁이었어요. 그리고 숙부님과 함께 큰 마대를 들고 다니시면서  많은 쓰레기 청소도 다하셨네요. 모든 김해까지 모두 마치니 집이 참 깔끔해졌답니다. 본채는 모든 공간을 다 보수하고 리모델링했어요. 아름다운 새로운 공간의 탄생! 우리 부부는 이 것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죠. 도배를 한 깨끗한 집에서 노인분이 기분 좋게 사시는 거요.

그런데  그러나 숙부님께서는 과분한 일당을 챙겨주셨네요. 고흥 와서 두 번째 돈 벌었습니다.
일삯은요? 정말 조금만 받고 싶었어요. 얼마냐고요? 저 번 농사일 15만 원 이번에는 40만 원 벌었습니다. 농사일보다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 더 낫네요. 그리고 일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선사장의 말이 가슴속으로 들어옵니다. 일거리가 있다면 더 해보고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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