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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May 27. 2024

신록 가득한 화양구곡을 걷다.

완벽한 산책로

화양구곡, 완벽한 산책길, 무장애산책로이다. 경치와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까지 덤으로 얹으니 그 아니 좋을쏘냐

올해 소백산철쭉제에는 철쭉이 안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5월에도 눈이 내렸다는데 냉해를 입은 것 같다. 소백산철쭉은 황매산이나 일림산 같은 폭풍처럼 가슴속으로 확 들어오는 철쭉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면 투명한 순수빛 연분홍이 가슴속으로 들어왔었다. 등산을 할 때보다 하산을 할 때쯤 철쭉 속에 빠졌다.

그런데 올해는 분홍빛보다 연둣빛이 보인다 하여 소백산에는 내년에 가기로 하고 이곳 화양구곡으로 왔다.

이 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8곡에서 도명산 등산을 했기에 구곡 파천에는 아직 가보지 않았다. 이번에는 등산을 하지 않고 자연학습원까지 화양구곡 전체를 걸어보기로 하였다.

화양동이라는 이름은 원래 황양목이 많아 황양동으로 불렸으나 송시열이 화를 중국을 뜻하는 華 일양래복(一陽來福)을 뜻하는 陽으로 바꾸어 화양동이라 하였다고 적혀있었다.

화양구곡에 입혀진 송시열의 이야기가 없더라도 아름다운 곳이었을 텐데........

그래도 구곡이라 명명한 곳을 찾으며 오른다.

경천벽은 화양구곡 주차장 들어가기 전 500m쯤에 있다.

제1곡 경천벽

기암이 가파르게 솟아있어 그 형세가 자연의 신비라고나 할까?  산이 길게 뻗히고 높이 솟은 것이 마치 하늘을 떠받치듯 하고 있어 경천벽이라 한다.

이곳은 주차장을 가기 전에 있어 직접 가보기는 처음이다. 앞에 전망데크가  있어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주상절리처럼 긴 네모모양의 바위들 아래로 화양천이 흐르고 있고 그 아래 널찍한 바위가 있어 여러 명이 앉아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자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화양구곡 안내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화양구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입장료는 받지 않았고 안내원이 차량진입을 통제하거나 화양구곡에 대해 안내해 주었다.


넓은 길이지만 초록초록 나무가 그늘도 만들어 주고 바람도 이어주었다. 자연관찰로로 들어섰는데 키 큰 나무와 계곡이 옆으로 흘러 등산로를 걷는 듯했다.

그러나 잠시 후 포장도로와 합쳐졌다.


제2곡 운영담

계곡의 맑은 물이 모여 소를 이루고 있는데 맑은 날에는 구름의 그림자가 물에 비친다 하여 운영담이라 한다.

산이 반영된 초록물들이 예쁘다. 지금은 구름의 그림자가 아니라 나무의 그림자가 비치니 목영담 또는 산영담이다. 가까이 있는 나무와 산의 그림자는 당연한 것이라 구름의 존재감만 알았으리라.


운영담 글씨

화양구곡에는 각각 글씨가 새겨져 있다 한다. 우리는 글씨를 다 보지는 못했다. 운영담은 멀리서 보아도 잘 보인다.

화양동서원

이곳은 화양서원과 만동묘이다. 조선 성리학의 중심지이다.

운영담에서 몇 발자국 올라가면 있다. 송시열이 제자를 가르쳤던 곳이 아니라 사후 제자들에 의하여 세워진 서원이라 한다.

오늘 이곳에서 선비체험을 한다고 옥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제3곡 읍궁암

이 바위는 읍궁암이다. 자신의 제자였던 효종임금이 승하한 것을 슬퍼하여 새벽마다 이 넓은 바위에서 엎드려 통곡하던 곳이라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그렇게 받들었던 그는 효종을 왕임에도 분구하고  장남이 아니라고 예송논쟁을 벌였을까 하는 것이다.


제4곡 금사담

금사담은 맑은 물속에 비치는 모래가 금빛인 웅덩이라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주변의 모래는 은 빛이나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명옥헌원림이 생각난다. 명옥헌이라는 이름을 송시열이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온다. 명옥헌이라는 이름이 작은 폭포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옥구슬 구르는 듯하다 하여 붙여졌다 하여 폭포를 찾아보았다. 집뒤로 돌아가니 작은 물줄기가 하나 있었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눈길도 안 줄 것 같은 작은 바위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앉아있으니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진짜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맑았다.

아하! 이것이로구나! 폭포소리는 옥구슬 구르는 소리가 날 리가 없지 하고 자연의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 옛 시인들의 생각에 감탄한 적이 있다.

물건너편으로 건너가서 금사담 속을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작은 것도 무심코 넘기지 않는 마음도 금사담 이름 속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암서재

참으로 기찬 곳에 세운 누각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고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속에서 신선처럼 살 수 있는 곳 같다. 이곳에서 학문을 정진하면 어느새 신선이 되어갈 것 같은 곳이다. 송시열이 거주했던 곳으로 마당과 금사담의 바위에 앉아서도 수십 명의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곳이리라.

3.4곡은 송시열의 생활의 터전이다.


제5곡 첨성대

이곳에서는 하늘의 별을 관찰할 수 있었을까? 첨첨 쌓인 바위가 경이롭다. 그때부터 500년인데 그 모습 그대로  앉아 있는 듯하다.

도명산 등산을 하고 내려오던 몇 년 전 바위에 새겨진 글씨를 보러 간다던 조사팀을 만날 수 있었는데 실제로 글씨가 존재한다고 한다.


제6곡  능운대

바위의 높이가 구름을 찌른다는 능운대다. 지금은 그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길이 없고 계곡에서 바라봤다면 그럴 수도 있을까? 커다란 바위가 윙크하는 사람의 얼굴 같다.

2.3.4곡에는 상가가 형성되어 있는데 예전에 마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능운대에도 큰 식당과 숙소가 있어 주차된 차로 인하여 능운대 모습을 온전히 볼 수가 없고 바위 부분에 전깃줄 여러 가닥이 어지럽게 지나가 눈살이 찌푸려진다. 능운대는 정비가 되었으면 한다.


제7곡 와룡대

와룡, 용이 어디에 누워 있을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내판이 있음에도 그냥 지나쳐버린다.


내가 보기에는 이 부분이 용의 머리 같다. 눈도 두 개 있고. 누워서 편히 쉬고 있는 듯하다.

이 또한 길 옆이라 신비함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곳부터 바위들은 모두  특별하다. 화양천 계곡과 함께 모양을 다듬에 멋지다. 구곡의 바위와는 이름이 붙여졌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제8곡 학소대

학소대는 소나무들이 운치 있게 조화를 이루는 큰 바위다. 실제로 학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웠다고 한다.

우리의 어린 시절만 해도 동네 뒷산 소나무에 하얀 학이 앉아 있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고향 동네에 가서 학을 본 적이 없다.

옛날에는 학이 있어으리라 생각하며 나무 가지에 앉은 학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거북이 바위

화양계곡으로 내려가는 거북이라고 적힌 거북이 바위다. 나무로 가려져 그 모습을 자세히 전할 수는 없지만 거북이를 많이 닮았다.


제9곡 파천

흰 바위가 티 없이 넓게 펼쳐진 곳 그 위에 흐르는 물결이 마치 용의 비늘을 꿰어 놓은 것처럼 보여 파천이라 부른다. 신선들이 이곳에서 술잔을 나누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8곡 학소대에서 9곡 파천까지는 거리가 멀다. 약간의 오르막길이다.

파천은 길 주변에 있던 8곡까지와는 달리 계곡 쪽으로 200m 정도를 내려가야 한다.

우선 하늘이 넓게 열린다. 숲 속은 벗어났고 바위가 넓게 펼쳐져 있어서 그곳에서 보는 하늘도 넓다.

이곳은 처음 와 보지만 정말 좋다. 바위가 넓게 펼쳐지고 그 바위 위로 물들이 졸졸 흐른다. 줄이 쳐져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두었다.


이 글자는 파천이 아니라 파곶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처마가 있는 바위가 있다. 옛날에는 비박을 할 수 있는 장소인 것 같다.


대여섯 명은 충분하다.


이 바위에는 관찰사와 아들 그리고 지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곳에 소풍을 왔는가 보다. 그 외에도 바위마다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옛날 사람들의 방명록인가?


파천에서 올라왔다. 자연학습원까지 가기로 했다. 이곳에서 길이 막혀 있다. 마지막 구간인가 생각했지만 낙석 위험이 큰 구간이라 길의 진입을 막았다.


대신 계곡 쪽으로 데크길을 내어 지나가게 했다.


이 구간만  무장애길이 아니구나.

걷기는 좋은 길이다.


자연학습원 도착

여기는 길가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무료라 그런지 빈 곳이 없다.

여기까지 편도 4.5km 우리는 파천을 갔다 왔으니 약 5km쯤 되겠다.


자연학습원에서 되돌아왔다. 이제는 초록초록한 길에 걷는 일만 있다. 경사도가 크지 않고 넓은 길, 많은 사람들이 같이 걸어도 좋은 길이다.

신나게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좋다. 진짜 좋다. 화양구곡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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