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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Jun 26. 2024

시골살이 고민 2

우리 담장 안의 유자나무 소유권을 주장합니다.

아침 채수아작가님의 알면서 실천 안 하는 죄와 모르고 실천 안 하는 죄는 어느 것이 더 나쁜가? 하는 글을 읽으면서 오늘 새벽 6시 우리 집에서 일어난 일에 대하여 성찰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귀촌은 하였지만 현재 이 년 계약 연세로 삽니다. 시골집 치고 리모델링도 되었고 텃밭도 있어 나름 만족하고 살고 있는데요. 저번에 일손을 도와줄까 말까. 망설이는 뒷집과는 문제가 입니다.


우리가 이사 왔을 때 뒷집어르신은 담장 속에 있는 땅들이 자기 지분이 있다며 동쪽 담장은 곧  허물고 자기 집 들어가는 길을 넓힐 거라며 담장 쪽 텃밭은 손대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였습니다.  담장을 허물고 자기 집으로 올라가는 길을 넓히고 나서 예쁜  하얀 휀스 울타리를 만드신다 하더군요. 아들들이 오면 차가 진입하기 쉽게 만든다라는 취지의 말씀이더라고요. 우리는 내심 기대하였습니다. 텃밭이 좁아져도 예쁜 울타리를 갖게 되니까요? 전 세입자에게도 그랬다 하더군요.

그런데 주인과 약속이 안되었는지 말로만 휀스를 친다 하고 아직까지 공사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엉망이던 동쪽 텃밭에 돌을 모으고 가장자리를 쌓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눈썹화단을 만들어 정비했고요. 필요할 땐 언제든지 공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집 뒤편입니다. 담장 안에 있는도 자기 소유라며 그곳에 있는 유자나무는 자기들 소유라 수확은 자기들이 하겠다했습니다.


우리가  텃밭은 이사 올 때는 잡초와 덩굴 식물이 무성한 정글이었고 땅만 파면 건축쓰레기, 장갑등이 가득해 처음에는 텃밭 농사를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관상 보기도 안 좋고 모기 등 벌레도 많아 깨끗한 텃밭으로 만들었습니다. 뒷집 사람들이 자기 소유라 주장하는 땅까지도 다 일궜습니다.


집주인과 계약하는 날

뒷집 어르신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이야기하니 주인분이  30살이 더 많은 분, 자기 부모뻘 되는데도 '그 ㅅㄲ'라는 말을 하시면서  갈등이 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담장 안의 모든 것은 우리가 사용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작년 엔 유자가 노랗게 익지 못해 상품성이 없자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래서 이쪽 나무는 포기했나 싶어 올봄  축분퇴비 2포를 깔아주었습니다.  올해는 나무의 상태가 좋은 것 같아요.

 올해 그분들은 약만 치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뒷산에  수십 그루의 유자나무를 가진 그분들이 우리 뒤꼍에 있는 그 한그루도 욕심을 냅니다. 우리는 유자로 돈을 벌 생각은 없고 예쁜 유자가 달린 텃밭을 가꾸고 싶은 마음뿐이고요. 뒤꼍의 것은 텃밭과는 상관이 없으니 이분들이 수확해 가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뒤꼍의 유자나무는 우리 집 욕실과 거실의 창문 바로 뒤에 있습니다.

약을 뿌리면서  창문을 닫으라는 말은 안 하지요.

새벽 여섯 시 잠을 자고 있는데 무방비 상태로 농약이 방충망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분들은 나이 든 노인 두 분이 약을 치는데 안 도와줘서 서운할지도 모릅니다. 도움을 드릴지 말지 고민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분들과는 이런 갈등 있고요 그리 친분이 있지는 않습니다. 시골인심은 다른 분들이 베푸신 거랍니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생각해 봅니다.

이 땅은 누구의 것인가?

정확한 것은 측량을 해보아야 되겠지요? 측량비가 많이 드니 집을 사지 않는 한 힘들겠어요.


유자나무의 소유주는 누구인가?

주인 분들이 살 때 자신들이 관리했으니 전주인의 소유는 분명합니다. 만약 땅이 뒷집 분들 것이라도 유자나무 소유는 뒷집으로 가진 않겠네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1. 불편하더라도 참고 산다.

2. 주인에게 말씀드려 유자나무를 베어버린다.

3. 유자나무는 그분들의 소유가 아님을 말한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맑은 공기 마시며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그분들이 모르고 실천하지 않는 것은?

아직도 잠들어 있는 시간, 우리 집 창문으로 넘어오는  농약을 말없이 뿌리는 것, 우리를 배려해주지 않는 것이다. 유자는 얼마든지 따가도 좋다. 이분들께 배려해 달라고 말해야 될까?


사실 친정 어머니도 85세이신데 갈수록 합리적 사고가 안되십니다. 남보다는 나 위주로 생각하십니다. 어른들이 욕심을  부리시나보다 생각하고 우리는 조금만 참으면 되니까 묻어 넘어갑니다. 오늘 이후도 그럴겁니다. 다만 우리에게 이른 아침이  어른들에게는 깨어 있는 시간일 것이고 자기 땅이라 여기니 그 속의 나무도 자기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피해는 안간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네요.

 

그러면 내가 모르고 실천하지 않는 죄는 무엇일까?

시골살이에 내가 더 배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능사일 하지 않고 도와주지도 않고  여행 다니는 것일까?

내가 이 동네 살면서 모르고 실천 안 하는 죄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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