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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Aug 20. 2023

만나고  때론  헤어지고

인연들

같은 곳에서 살고

같은 자리에서 만나고

한 마을 주민으로서  그녀의 가족과 만나게

된 건 11년 전 대구에서 오늘  막 이사 왔다며

우리 집을 찾아왔던  가족 이야기입니다.

 사투리를 쓰던

그녀의 딸이 귀여워  시작된 대화였고

손님과 주인장으로 만나 시작된 인연이었습니다.

조용한 부부였고

알토란 같은 아들 딸이 있습니다.

쪼끄만 녀석들이 사투리로 재잘  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11년이 지난 오늘은

군대도 제대하고

대학도 다 마친 성인이 되었답니다.

가까운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었지만

장사 22년 차면  반점쟁이가  되기도 한답니다.

손님들의 표정만 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가족의 분위기라는 게

느껴집니다.

괜히 반점쟁이가 되는 게 아니라

그런 성격들을 순간 판단하고 살피어서

사람을 대하는 일이  장사의 신이  할

일입니다.

눈매 입매 말투 말의 속도  옷차림만 보아도

어떤 사람인지가 파악된다면

우리 독자님들

믿으실지 안 믿으실지

모르시겠지만

그만큼 오시는 모든 손님한테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그중 자주 뵙고 단란한 가정들을 보면

눈과 마음이 가는 일은 더 합니다.

장사란 게 저 잘 나서하는 게 아니고

나를 찾아오시는 손님

사람들 살아가는 것을 보고

배움을 사는 자리라 느낍니다.

좋은 사람들의 대화를 배우고

좋은 사람들의 태도를 배우는

돈을 받으며 배우는 직업입니다.

그녀의 가족 또한  저에게는

좋은 표정

온화한 말투

따뜻한 배려를 가진 가족이었기에

좀 특별했던 모양입니다.

휴가를 다녀오고 영업 2 일째 되는 날

그녀의 가족이 찾아왔습니다.

내일 이사를 간다며~

순간 섭섭하기도 하지만

수원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니

더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간 표하지는 않았던 정을 마지막이란

이름으로 나누었습니다.

서로 고마웠다며 그녀와 짧은 포옹으로

서로를 토닥여 줍니다.

오늘 딸이 이사 가기 전 사장님 보고 가야 한다며

찾아오셨다니 그 말처럼  고맙고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요~

딸에게도 양팔을 벌리니 와락 안깁니다.

감동이라는 눈물이 맺히더군요.

사람

그리고

인연

스치고 지나는 사람 사는 곳에는 인연이란

이유로 정이 쌓여갑니다.

특별했던 건 없습니다.

이 가족이 저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눈여겨보며 챙겨줄 뿐입니다.

아주

사소한 관심

짧은 포옹 속  11년

 그녀 가족의 희로애락이 스칩니다.

막 이사를 와서 암에 걸려 치료하던 시절

아들 대학가던 시절

군대 가고 제대해 첫날 우리 집에 왔던 시절

딸 대학가던 시절

그녀의 동생이  암으로 사망해

장례를 마치고 오던 그날 그 시절들이

스쳤습니다.

머릿속으로 뭐라도 싸서 보낼 게 없을까 했지만

바쁜 시간의 작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음날인 오늘

남편과 해장국 한 그릇 먹고 들어오는 길에

이삿짐차가 있어  혹시 하고 둘러보니

점심먹으러 간 이삿짐 직원들을 대신해

짐을 지키고 있는 두 부부와  다시 만났습니다.

어찌나 반가운지

딱히 뭘 할 수도 없는 이사에서

더위속을 지키고만 있을 듯해

커피 한잔을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대접하며 어제의  짧은 작별과 동안의 못다 한

고마움을 잠시 나누며

가족의 건강과 안위를  챙겨 보냈습니다.

만나고 때론 헤어지는 잠깐의 인연들

이지만

보고 가야 한다고 들러주고

고마웠다고 안아주고

잘 가라고 커피 한잔을 나눌 수 있는

인연들

참으로 고맙고  살맛 나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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