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세 식구가 빠져나간 집안을 정리하고 있자니
문득 "행복"이란 참 별거 아닌데
멀리서 다른 곳에서
더 큰 데서
"행복"을찾아 헤매는
인간의 속성이란 하며 웃음이 났다.
밥 투정하는 콩이 녀석한테
얼른 고기 한 점을 삶아 먹여
유치원 보내고
먹고 산다고 출근하는 아들의 넓은 어깨를
안쓰러움과 대단함으로 배웅을 하고
퇴근 후 아들 혼자서 먹어야 하니
갈비찜을 올려놓고
된장 하나 끓여놓고
널브러진 아들방을 정리하고
여기저기 펼쳐놓은 녀석의 장난감을 주워 담아놓고
한숨 한번 쉬고
미소 한번 짓고
청소기 한바탕 휭 돌리고
탁구공만큼 나오는 녀석의 털을 털어내며 웃고
남편이 돌려놓고 나간 빨래를 건조기에서 꺼내
남편옷
아들옷
내 옷을
반듯하게 접어 놓으니
오늘따라 자꾸 가까이
그리고 잠시 스쳐가는 "행복"이 웃음 짓게 한다.
된장찌개는 뽀글거리고
갈비찜은 익어가는 듯 제법 구수한 풍미를
풍긴다.
세 식구 빠져나간 조용한 집안은
선풍기 소리만 날아다니고 있다.
커피 한잔에 탁구공 만한 얼음 세 개를 넣고서
비로소
아아 한잔을 즐기는 여유를 만끽하고 나니
그래 "문득" 잠깐잠깐 스치는 이
"행복"을
맛보려고 오늘을 사는 거구나
멀리도 아닌 오늘 아침에 다가온 "잠시의 행복들"
내게 온 오늘의 평안들
비 온 후 스며드는듯 조용히 다가오는 가을처럼
고맙고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