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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쓰이는 이들을 위하여

힘든 청춘.

by 진솔

아장아장 걷는 꼬마 숙녀를 앞세우며 젊은 부부가 들어온다.

정돈할 겨를 없이 말아 올린 똥머리에 후드티에 조끼하나만 걸치고 나온 털 슬리퍼 차림.

늘 뒤틀어 올린 머리와 무릎 튀어나온 회색 츄리닝.

한쪽 브라끈이 보일 정도의 늘어진 면티.

칙칙한 얼굴빛.

거울 보기 싫을 정도의 후줄구레했던 그때.

하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많던 빛나고 싶을 한창나이 청춘에

뒤꽁무니엔 애 한나까지 둘러업고 있던 내 나이 23.

그때에 나와 잠시 마주한 느낌.

아가 낳고 첫 외식이란다.

동안 코로나로 아기 낳고 통 바깥구경도 힘들었는데

아이가 크니 더 이상 좁은 집에서의 생활은 힘들다며

아기 낳기 전에 먹고 아이 키워서 왔어요 하며 반겼한다.

오랜만의 외식과 바깥구경에 조금은 신나 보인다.

고기와 소주 맥주 각각 한 병씩을 주문하고

아기 먹일 걸 챙긴다.

밥이 뜨거울 세라 후후 불어 한쪽 접시에 밀어놓고

고기가 익자 아기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후 불어

아기 먼저 먹인다. 천상 엄마다.

남편은 소맥 두 잔을 거하게 말아 놓고는 아내접시 위에

고기를 올려놓고는 짠을 기다린다.

배 속에서는 빨리 고기 한 점과 소맥을 부어다오 요동을 치겠다 싶다.

저 간절히 들고 있는 맥주잔. 그들이 원하는 건 단지 술 한잔일까 잠시의 휴식일까.

드디어 짠!

고기를 집어삼키며 맥주 한 모금을 들이키며 지그시 눈을 감고

그 천상의 맛을 음미한다.

하루 열 번의 힘듦과 아기가 한번 웃어줄 때의 순간 찰나의 한 번의 행복감.

대한민국을 살아내는 청춘의 짐의 무게까지 잠시 내려놓는 듯한 미소다.

가끔 그 모습을 대하는 내 마음은 앞으로 얼마나 삶과 부딪겨야하는 걸 아직

모르는 저 청춘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마치 내가 받아보지 못한 위안과 자상 함들이 물밀듯 그리움으로 설움으로

다가왔던 마음을 소소한 챙김이 따뜻한 온기로 남아

내일을 버텨내는 기운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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