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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Mar 19. 2023

ㅅ.ㅂ.ㄴ.

씁쓸하다

중년여자 4분이 요란한 웃음과 함께 들어온다.

저렇게 크게 맘껏 소리 내어 웃어본 게 언제였나 싶어 잠깐 부럽다.

묻지도 따지지도 못할 단일메뉴다. 우리 집은.

갈비 4인분에 소맥을 주문한 후 유튜브를 틀어놓고 서로 묻고 깔깔 웃는다. 

그것도 아주 통쾌하게...

세상사람들은 참 재미있는 게 많은가 보다 생각하며 음식을 내주는데

대뜸 내게도 질문을 하신다.

  "사장님" 

이거 남편을 생각하며 말해보란다.

초성글을 띄운 문자를 보여준다.

  ㅅ. ㅂ.ㄴ.

난 아무렇지 않게 시발놈 아녜요?

빵 터지며 박장대소다.

답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서방님이었다.

순간 나도 빵 터졌다.

우리는 왜 남편을 생각한 그 단어들이 입을 모아 시발놈이라 했을까?

뭘 그리 우리한테 잘못한 게 많은 걸까?

거기서 나 혼자 서방님이라고 했으면 그 싸해졌을 분위기 어쩔 뻔?

욕 하나로 공감하고 의군 분투해지는 우리는 중년이다. 

어느새 내 나이를 쓸데마다 중년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다.

왜 그들은 우리에게 늘 불만족스러운 존재일까?

탤런트 김혜자 씨는 모 방송에서 그녀만의 특유한 소녀스런 눈빛과

쫑긋 내민 입술로 "우리 남편은 천국 갔어요"

"그 남자 참 좋은 사람이에요"

옆에 없지만 듣는 사람들에겐 마치 아직도 그녀 곁에 그녀의 남편이 

있는 듯했다.

우린 서로를 기억하는 단어들은 뭘까?

살면서 도통 속을 모르겠어하는 생각들은 또 얼마나 많이 했던가?

희끗희끗 흰머리가 생기는 반백년의 세월이 무상해지기까지 하다.

얼마 전부터 여행을 가지 않기로 했다.

여행이랄 것도 없다.

하루 쉬는 날 바람 쐬러 여기저기 갔다 오는 드라이브 정도다.

운전대 잡고 앞만 주시하는 한 남자.

바깥 날씨와 풍경만을 주시하는 한 여자만 있는 그 서로 다른 생각이

난무하는 그 작은 차 안의 온도가 늙어 죽는 게 아니라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서다.

30년 지기 정도면 알콩 달콩은 절대 못하는 사이라지만 틱 톡 정도는 

되어야 남은 20년도 버텨낼 것이 아닌가~

저 중년 여자분들도 숨통이 필요한 걸까?

저렇게 실컷 웃고 집에 들어가서 거실 소파를 차지하고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고 있는 남편을 마주하는 느낌은 어떨까?

문득 상반된 부부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씁쓸하다 못해 서로 서글프겠다 싶다.

"우리 남편은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라는 말이 눈에 귀에 먹먹하게 울렸지만

 ㅅ.ㅂ.ㄴ. 이란 초성을 떠올리며 씩 혼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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