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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Mar 19. 2023

인생이 내게 되물어 올 때

웃어버리자.

나~암 이래...

자연스레 고기를 구우며 고기를 먹으며...

이웃집 언니 얘기.

힘을 뺀 말과 웃음.

건강검진 하다 우연히 발견된 유방암.

그 얘기를 듣고 나오던 순간부터 내게 이야기를 하기까지

며칠 밤 얼마나 스쳐지나갔을까? 저 웃음 속에는...

닥쳐보지 않은 사람과 나는 짐작이나 할 이야기인가?

입장을 바꾸어 생각을 정리해 보자.

3명 중 1명은 암인 세상.

정작 우리는 내 일이 되었을 때는 어디서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할까?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무는 아무 대책도 방법도 알리 없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냐고 묻는다.

내가 왜?부터 시작해서 누구 때문에 무엇이 뭘 그리 잘못하고 살았나

반성도 하고 힘들고 좌절하고 상실했던 과거도 회상하며

그동안 아무렇게나 먹고 마신 것들을 반성하며

원인 분석도 해본다.

오히려 멍 해지며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념무상한 상태.

그러다 뭐가 떠오른 듯 인터넷을 누르겠지.

유방암 치료.

원인, 치료방법, 유명한 병원, 치료후기. 등을 검색하며 

시간과 마음을 정리한다.

일단 병원에서 하라는 데로 해야 함을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실질적으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나의 영역을 벗어난 일임을

 큰 사고나 병을 앓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의 나약함을 인정한다.

내려놓자.

한 순간 내 운명을 송두리째 하늘의 영역에 던져버린다.

순간 그녀에게 짧은 글을 보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위로가 아닌 당신 곁에 누군가가 당신을 염려하고 기도하고 있다는 걸.

힘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여태껏 혼자서 힘내보려고 애쓴 당신에게

애써 위로 같은 것도 하지 않을 거예요. 이미 힘을 빼고 웃는 당신에게.

혹시 외로움이 병이 되지 않았을까요?

외로움만큼 밤마다 우린 맥주와 소주를 들이켜고 티비를 안주삼아 

삼켰던 외로움.

새벽 퍼런 동이 틀 때쯤 몸도 외로움도 나가떨어져 마주한 아침들.

아픈 만큼 더 외로워질 수 있어요.

없던 관심에 어색하고 짜증이 날 수 있어요.

치료에 고통과 매스꺼움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어요. 

시간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시간이 약이 될 수는 없다는 걸 우린 알고 있어요.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그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처럼

우린 웃어야 한다는 걸.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가 아닌  이걸 헤쳐나갈 방도를 

인생이 우리에게 이 일을 통해서 무얼 해야 하는지를 되물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아니 어쩌면 길 수도 있는 그 시간을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내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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