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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적제경 Dec 23. 2023

공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직장탈출의 베이스캠프를 만들자

(1) 내가 그럼에도 아직 공직을 떠나지 않은 이유

제 주위에는 면직을 결심하고 사표를 던진 직원들이 많습니다. 앞서 말한 공직의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

무기력증, 급여는 제자리인데 계속 늘어나는 업무들에 질려서 면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 또한 면직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책의 일부분을 공직의 문제점에 대해 쓸 정도로 병폐를 많이 느끼고 있죠. 절대로 이 조직에서 퇴직까지 있지 않을 생각이고, 제가 퇴직 직전까지 공직에 있는다면 아마 스트레스 때문에 병에 걸려 골골대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 당장 사표를 던지기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공직의 장점이 나름 있기에 그렇습니다.


 장점 첫째는 바로 ‘자발적으로 사표를 내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쉽게 내쫓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성비위 혹은 음주운전으로 면직되지 않는 이상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별명에서 느끼듯 안정적이고 해고의 염려에 자유롭습니다. 해고가 어렵다는 것은 문제인 상사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주는 스트레스를 경제적 자유를 위한 밑거름으로 승화시키면 됩니다. 스트레스를 주는 상사들이 많은 조직을 빨리 떠나기 위한 열정의 연료를 제공하여 불씨를 꺼지지 않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존재인 거예요.

또, 어느 정도 나 자신의 성장이나 투자를 위해 업무 중 시간을 써도 공직에서 나를 내쫓을 수 없습니다. 제 몫을 좀 못해내더라도 징계받지 않을 정도로만 조심하고 지내면 되고요. 업무를 처리하고 숨통이 트일 때 투자 공부를 해나가다 보면 차츰 실력이 쌓여가는 걸 느끼게 됩니다. 조금 극단적 일지 몰라도 해고되지 않는다는 장점을 100% 활용해야만 우리는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장점 둘째는 연가, 조퇴, 당직휴무 등 휴가를 다양하게 쓸 수 있고, 휴가사용에 대해 그렇게 크게 터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자산을 많이 늘린 경공매 재테크에서 이 장점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는데 아주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뒤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경공매 재테크는 주로 부동산에 투자합니다. 특히 경매는 평일 오전에 투자할 지역의 법원에 가서 입찰해야 하고요. 그전에 물건 임장도 가보아야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죠. 낙찰이 되면 해당 부동산에 가서 세입자를 만나보고 명도에 대해 전략도 짜야합니다. 명도를 진행하고자 세입자와 한두 번 더 만나서 명도가 끝나면, 이제야 세입자의 짐이 빠져 집안이 깔끔히 보입니다. 그러면 리모델링이나 벽지 교체를 해야 될지 전체적으로 또 가서 점검해야 하죠. 점검하는 날 수리업체를 정하고 부동산에 내놓는다고 해도 지금 입찰부터 부동산에 물건을 임대하기까지 적어도 다섯 번은 가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 과정이 몇 달 정도로 길게 진행되긴 하지만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면 직장인으로서 경매 투자하기는 매우 힘이 들 거예요. 그런데 이런 장점을 잘 활용하시기 위해서는 유흥이나 여가를 위해 휴가를 쓰는 일은 자제하셔야 자유롭게 쓸 수 있겠죠? 아무리 휴가가 많아도 야금야금 쓰다 보면 여유가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휴가를 한주만에 두세 번 쓰거나, 2-3주 간격으로 계속 쓰다 보면 주위 동료들도 무슨 일이 있냐고 궁금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지 신경 쓰일 수밖에 없고요. 그래도 투자 외 일로 휴가를 써야 할 때는, 학습휴가나 당직휴무, 병가를 하루 쓰는 등 연가일수에 영향이 없는 휴무를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장점 셋째는 공무원으로서 사회적 인식이 높고, 이는 레버리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생각보다 공무원은 공직 밖에서 괜찮은 직업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주위 친척이 공무원에 합격했다고 하면 ‘왜 그런 박봉에다가 노후에 연금도 제대로 나올지 확실하지 않은 직장에 가냐’고 말하지 않죠. 다들 축하하며 잘했다, 고생했다, 이제 행복 시작이다는 말을 하죠. 안정적인 직업이고 평생 잘리지 않고 생활가능하다는 게 공직 밖 사회에서는 꽤나 좋은 사회적 인식으로 작용합니다. 사회적 인식이 높다 보니 레버리지를 현재 능력보다 더 크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뒤에서 레버리지에 대해 설명하겠지만 몇 가지 레버리지 중 대출레버리지와 결혼레버리지는 공무원이 활용하기 좋은 레버리지입니다. 공무원인 당신이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간다면 지금 받는 세전 월급이 300만 원이 채 되지 않아도 은행에서는 대출을 잘해줄 겁니다. DSR이 낮아 빌릴 수 있는 총금액이 적다는 점만 빼면 공무원은 대출을 활용하기에 같은 월급을 받는 중소기업 종사자분들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또, 일반 은행 대출한도에 포함되지 않는 대출을 공무원은 실행할 수 있는 점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특권입니다.

 또한 결혼레버리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당신이 소개팅을 하거나 이성과 연애를 하려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다른 조건이 같고 세전 300만 원 월급을 받는 중소기업 직장인 이성을 만날지, 같은 월급의 공무원 이성을 만날지 고르라고 한다면, 당신은 누구를 선택하실 건가요? 혹시 공무원 이성을 고르시지 않았나요? 아마 공직 외부의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공무원 이성을 고를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공무원의 사회적 인식이 높아 비슷한 조건의 직장인보다 더 낫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공무원이라면 자신이 실제로 가진 조건에 비해 더 나은 이성을 만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더 나은 점이 재력이든, 외모든, 학벌이든, 성격이든 말이죠. 이는 우리의 투자에 직간접적으로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재테크를 포함한 많은 부분에서 부부가 합이 잘 맞는다는 가정하에, 정신적으로 힘들 때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진솔하면서도 때론 제일 날카롭게 비판가능한 최고의 조언자가 되기도 합니다. 공무원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100% 활용하는 투자자가 된다는 건 경제적 자유로 가는 지름길을 걷는 셈입니다.


장점 넷째는 한주, 한 달, 한 해를 돌아보면 생각보다 일이 몰리는 시기와 덜 몰리는 시기가 있어서 자투리 시간이 많이 남는다는 겁니다. 공무원의 업무의 특징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를 달리 생각해 보면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업무의 루틴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맡는 업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이 몰려 바쁠 때는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이 지나가죠.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일이 크게 없어서 인터넷 서핑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있습니다. 교사나 교육행정직 등 교육공무원의 경우 학생들이 입학하는 3월 전후로 일이 몰리는 경향이 생기고요. 방학중인 기간에는 상대적으로 더 여유가 많습니다. 경찰이나 소방공무원은 주간으로 보았을 때 주말에 출동하는 빈도가 높고 평일에는 상대적으로 출동 빈도가 낮죠. 지방공무원은 민원의 수에 따라 업무의 증감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민원이 계절마다 접수빈도의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물론 말씀드린 내용은 맡는 업무에 따라 개개인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요컨대, 자신의 업무 강도가 느슨해지는 시기가 언제인지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짬나는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여 독서를 하거나, 경제기사를 읽는 등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는 행동이 돈을 불러옵니다. 연 중 업무강도가 느슨해지는 시기를 파악했다면 그때에 휴가를 쓰고 경매 입찰을 해보거나 공개강의에 참가하는 등의 계획을 짜볼 수 있습니다.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당신의 투자 레벨이 더 빨리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글의 주제를 이어서 '공직에서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부자가 될 발판으로 삼을 것인지'를 주제로 글 이어가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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