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시작할 때 멘토를 찾곤 합니다.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찾아서 비슷하게 따라 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이러한 멘토가 주위에 있어서 따라 하기 쉽고, 조언까지 구할 수 있다면 정말 행운이겠죠. 그런데 유독 공무원 사회에서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멘토를 주위에서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동기가 부동산으로 성공해서 퇴사했다더라’, ‘비트코인으로 투자금의 몇 배를 벌었다더라’ 등 소문만 무성하고 실제 사람은 만나보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또, 생각보다 회사에 다니는 자신의 삶을 바꾸려 생각하기보다는 타성에 젖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자주 보곤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왜 공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을까요?
제가 내린 답은 ‘부자마인드가 없어서’입니다.
부자마인드란 말 그대로 부자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인드인데요. 앞서 1장에서 얘기했던 ‘부자는 돈과 시간 모두가 많은 사람이다’와 같이 빈자에게 없는 부자의 마인드가 있어야 부자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공직에서 부자마인드가 결여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어떤 유형이 있는지 한번 같이 알아볼까요?
(1) 공무원의 이기주의와 패배주의
크랩멘탈리티 효과를 들어보셨나요? 양동이에 게를 하나만 담아두면 알아서 기어올라와서 빠져나갈 수 있는데, 여러 마리의 게를 한꺼번에 담아두면 한 마리가 나가려고 할 때 다른 게가 끌어내려서 결국 모두가 나가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과도 통하는데요. 즉, 남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지 못하고 끌어내리려는 마음가짐을 말합니다. 공무원 조직에서는 이 효과가 잘 드러나곤 하는데요. 매년 받는 성과급만 봐도 그렇습니다. 성과급은 등급제로서 S등급, A등급, B등급으로 나뉘고, 이에 따라 성과급 금액이 차이 나게 되는데요. 공직에서 성과급은 실제 성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크게 따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 직급, 해당 지역 연차, 상위기관 소속 여부가 거의 성과급의 등급을 좌지우지하죠. 성과 등급 산정 시즌이 지나고 나면 고위 등급을 받은 사람과 하위 등급을 받은 사람이 공표됩니다. 그 뒤로 같은 지역 공무원들은 고등급을 받은 직원이 못한 것도 있는데 왜 저 사람이 고등급을 받냐고 투덜댑니다. 또 A등급자나 B등급자들이 내가 S등급자보다 못한 게 뭔데 고등급을 못 받냐고 따지기도 하지요. 그렇게 이의제기까지 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보곤 합니다.
또 공무원들 중 많은 사람이 패배주의를 앓고 있습니다.
패배주의란 사전적 의미로 ‘어떤 일에 성공하거나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자신감이 없이, 소극적이며 일을 하여 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을 뜻합니다. 나 하나 노력해 봐야 달라질 게 없다, 어차피 내가 변한다고 해도 이 조직은 이미 썩었다고 생각하는 방식도 패배주의의 하나라고 볼 수 있죠. 임용 초기에는 사실 누구나 열정이 불타오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투철한 마음가짐도 실제로 마음 한편에 작게나마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 중견급 공무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그냥 하루하루 별 탈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인드를 가진 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조직에서 부당하거나 바뀌어야 하는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바꿀 노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패배주의는 개개인이 나쁘고 무기력해서 그렇다기보다 공직 구조가 문제인 듯합니다. 제가 느끼기에 공무원 조직은 매우 수직적이면서 경직되어 있습니다. 하급자가 좋은 의견을 내어도 상급자의 기분이나 상급자의 생각에 틀린 의견이라면 바로 묵살되어 버립니다. 앞서 말했듯 열심히 한 직원을 보상해 주기보다 누가 연차가 높은 지를 고려합니다. 폭언과 잦은 술자리를 만들어서 술주정을 부리고 심지어는 성희롱을 해도 하급자는 고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발해도 문제 있는 사람이 공직에서 제거되지 않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고발한 사실을 쉬쉬하고 문제를 덮으며 오히려 고발한 사람이 더 피해를 보는 경우가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이렇듯 수동적이며, 무사안일주의와 패배주의로 가득한 조직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부자는 자산을 축적할 수단을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월급 받아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개척해야 하죠. 정확히 일반적인 공무원 사회와 반대되어 보이지 않나요? 공무원 중에 부자마인드가 없는 사람이 많은 첫 번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 공무원들의 리스크회피와 매너리즘
위의 패배주의와 비슷한 맥락이나 조금 다른 공무원이 부자 되기 힘든 두 번째 이유입니다. 보통 사기업에서는 이윤을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행합니다. 타 기업과 경쟁해야 하기에 투자한 프로젝트가 이윤을 적게 내거나 심지어는 손해를 보는 결과를 받아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않는 사업은 존재하지 않죠. 이 점은 사업의 숙명이고 덕분에 투자한 것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벌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극도의 안정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정성향은 사람을 리스크가 있는 행동을 회피하도록 작용합니다. 업무에서 골치 아픈 민원을 맡고 싶지 않아 합니다. 새로운 사업이 생겨 업무분장을 새로 할라치면 누가 나서기보다는 상급자가 어느 사람의 업무분장에 넣으라고 지시할 때까지 가만히 있습니다. 내가 걸려서 일을 더 떠맡지 않게 되어 안도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일이 늘어도 줄어도 급여는 똑같고 성과보상은 없으니 굳이 업무를 더 추가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리스크 회피 성향이 몸에 배게 되는 것입니다.
매너리즘도 마찬가지인데요. 매너리즘이란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을 말합니다. 공무원으로서 업무를 2~3년 동안 해보면 거의 모든 일을 해보게 됩니다. 물론 업무의 핀트가 다르거나 어려운 일도 있으나 해마다 흐름은 거의 동일하죠. 또, 일을 찾아서 하기보다는 상급자의 지시나 상부기관의 업무 공문이 내려와야 일을 하게 되고요.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창의성은 어디론가 사라지게 됩니다. 매너리즘은 지금에 안주하게 만들고 낮은 자기 주도성이 발전을 저해하게 만듭니다. 부자가 된 사람에게 ‘당신은 누군가가 가르쳐주거나 지시한 방법으로 성공했습니까?’하고 묻는다면 아마 화를 낼 거예요. 자신이 이 정도로 부를 일구기까지 얼마나 고생하고 방법을 찾았는지 아느냐면서요. 매너리즘을 지금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매너리즘의 그림자를 어서 벗어던지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부자는 매너리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 앞서 얘기한 리스크 회피 성향에 대해 얘기해 볼게요. 리스크회피 성향이 몸에 배게 되면 공직 밖의 사회에서도 무의식 중에 큰 위험이 예상되는 행동을 꺼려하게 됩니다.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높은 보상이 돌아오는 사업이나 투자들도 관심을 갖지 않고요. 끝으로는 저위험 또는 중위험 정도 되는 곳에 투자해서 중수익 또는 고수익을 올리는 것을 바라게 됩니다. 그런데 위험이 없거나 조금 있는데 수익이 많다면 남들에게 쉽게 알려지지 않았을 터입니다. 또 내가 알게 됐다면 남들도 다 하고 있을 거고요. 시간이 지나면 수익률은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결국 공무원들이 찾게 되는 투자는 저위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고위험 상품이거나 사기인 경우가 많아요. 사기를 당하게 되면 아마 큰 타격을 입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리스크를 극복하며 잃더라도 경험을 쌓겠다는 마인드로 행동해 보세요. 그에 대한 보상은 분명 크게 돌아올 것입니다. 이렇게 공무원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3) 공무원 조직의 지나친 청렴 강요
우리나라의 경제체제는 자본주의입니다. 자본주의란 사전적 의미로 ‘사유재산제에 바탕을 두고 이윤 획득을 위해 상품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경제체제’를 말하는데요. 한발 더 나아가서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상품을 생산 및 소비하고 개인이 재산을 축적해 나가는 사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본주의를 택한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기업, 일반 국민과 함께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은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원입니다. 따라서 공무원이 재산을 축적해 나가는 것도 마냥 옳지 않은 일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국가차원에서 볼 때 공권력을 가진 공무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뒤를 봐주거나 임원이 되고 혹은 뒷돈을 받거나 자신의 사업체를 만드는 사회는 부패해지니 이를 막아야 함도 이해가 됩니다. 다만 현직에서 경험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 정도가 과하지 않은가 하고 느껴집니다.
공무원들은 보통 1년에 정해진 자율학습시간이 있고 이를 연수원 인터넷 강의를 통해 수강해야 합니다. 청렴교육은 특히 국가에서 신경 쓰는 교육으로 통일, 사회복지, 성폭력, 성희롱 등과 함께 필수수강 과목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청렴교육에서 자주 등장하는 교육내용으로는 ‘청백리’와 ‘청백리 정신’을 들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관직 수행 능력도 출중하면서 청렴하고 근검한 선비들을 ‘청백리’라고 불렀습니다. ‘청백리 정신’은 이 선비들의 정신을 뜻하는 말이고요. ‘청백리 선비들은 뇌물을 받지 않거나 뇌물 비슷한 물건을 받아도 돌려줬다’든가 ‘청백리 선비 중 40년 동안 변변한 집 한 채 없이 비바람 들어오는 초가집에 사는 선비가 있어 임금님이 집도 지어주고 이부자리도 주었는데 한사코 거절하다가 이부자리만 겨우 받았다더라. 우리도 이 선비를 본받아 검소하고 청빈하게 살자’는 등의 내용이 대부분 청렴강의의 주된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다분히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우선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지키고자 했던 청렴정신을 왜 현대까지 끌고 오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조선의 선비들이 가난하고 자신과 가족의 의식주 정도 해결하며 살았다고 해서 왜 현대의 공무원들이 그들을 본받고자 해야 하나요?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산다는 게 사실 가능한가요? 결국 의무적으로 이수하는 청렴교육은 공무원에게 ‘돈을 추구하게 되면 악해진다. 돈은 나쁜 것이니 가족이 입에 풀칠할 정도만 버는 삶을 살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박히게 만들어요. 하지만 절대 돈은 나쁘지 않습니다. 돈으로 행복을 사지는 못하지만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돈이 없다면 어떤가요? 당신의 가족이 아플 때 금전적으로 어려워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가족이 목숨을 잃는다면요? 혹은 자식이 바라는 꿈을 지원할 만한 돈이 없어 자식이 꿈을 포기하고 어린 나이부터 직장을 다니게 된다면 말입니다. 저는 상상해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과 주위에 고통만이 가득한 나날이 될 것 같네요. 결국 청렴은 공무원에게 필수로 지녀야 하는 덕목이지만 과도하게 교육되어 많은 공무원들에게 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었고, 이는 또 하나의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공무원들이 부자마인드를 갖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를 말씀드렸는데요. 다시 정리해 보자면 이기주의와 패배주의, 리스크회피와 매너리즘, 지나친 청렴강요라는 문제점이 공무원 조직에 있었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공직 밖 사회에 나가기 위해 부자의 마인드를 준비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공무원으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적절한 리스크 활용, 돈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자발적으로 월급 외 수익을 얻을 방법을 찾는 등의 방법이 바로 그 예가 되겠네요. 차근차근 마인드를 바꿔나가신다면 자신의 자산이 불어나는 경험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공무원 연금은 당신을 구해주지 않는다'는 주제로 이어가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