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릴 적의 기억이 새록새록 날 때가 있죠. 유치원을 다닐 때 저의 기억 중 하나는 가계부 노트를 수기로 썼던 기억인데요. 한 달에 몇천 원 용돈을 받고 하루하루 무슨 간식을 샀는지, 문구를 샀는지 기록했었죠.
그리고 남는 금액은 어쩌다 한번 은행에 자전거를 타고 간 다음, 창구의 직원 분에게 꼬깃꼬깃한 돈들을 통장에 입금해 달라고 한 기억이 나요.
성인이 되어도 이렇게 가계부를 쓰면 좋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손으로 손수 쓰는 가계부는 너무 귀찮기에 습관으로 만들기가 힘들다는 걸 저도 느꼈어요. 우여곡절을 겪으며 정착하게 된 방법은 바로 '앱 가계부'였죠.
'앱 가계부'는 스마트폰의 카드 사용 알림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지출내역을 만들어주거든요. 거기다가 매달 정해둔 기간이 지나고 다음 월급이 들어오면 수입과 지출통계를 계산해 보여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손수 쓰는 가계부라면 이 모든 기능을 자기 자신이 작성해야 하니 귀찮을 수밖에 없어요.
또한 저는 이번 월급날부터 다음 월급날까지 지출이 생기는 기간 동안만 앱 가계부를 사용하는데요.
다음 월급이 들어오면 지난달의 지출 정산을 엑셀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수입과 지출을 엑셀로 다시 작성합니다. 앞에서 내 손으로 작성하는 가계부는 별로라고 했으면서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엑셀로 작성하는 가계부와 손으로 쓰는 가계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엑셀 가계부는 크게 변동되지 않는 고정 지출을 한번 정리해 두면 이후에 복사해서 다음 달로 파일을 만들 수 있죠. 복사 한 파일에서 바뀐 고정 지출이 있다면 그 부분만 수정해 주면 되니 편리합니다.
또, 엑셀로 작성하는 가계부는 계산식을 작성해 둘 수 있으니 값만 작성하면 바로바로 계산이 되고요.
그리고 엑셀 가계부를 작성하는 정말 큰 장점은 수입과 지출을 내 머릿속에 넣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앱 가계부를 통해 전 달의 지출을 자동으로 관리하면 그 자체는 편리하지만 다음 월급을 받고 나서 통계 한번 쓱 훑고 지나가는 순간이 많더라고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나?' 정도만 체크하게 되니 정말 중요한 수입 및 지출 흐름이 파악되지 않게 됩니다.
시작할 때는 조금 귀찮을 수 있지만 엑셀 가계부 작성을 한번 시작해 보세요. 습관이 되면 단 10분 정도면 작성이 될 뿐만 아니라 지출을 관리하여 부자가 되는 한 발짝을 뗄 수 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엑셀 가계부를 작성해야 할까요?
이것은 제가 실제로 쓰고 있는 엑셀 가계부 양식을 캡처한 사진입니다.
시트를 두 개로 나누어 하나는 수입/지출 작성, 하나는 가계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고 있죠.
먼저 수입/지출 작성 시트 사진의 위쪽부터 설명하자면,
위쪽은 합계와 지출, 저축률과 소비율, 계획을 작성합니다.
계획을 제외하면 4가지 항목 모두 계산식으로 작성되는 부분인데요.
아래의 표를 작성하면 한눈에 한 달의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표를 작성할 때는 이전 달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통장을
보아야 하는데요. 여기서도 통장 쪼개기를 실행하셨다면 지출이 되는 통장은
정해져 있을 테니 그 통장만 보면 지출 내역을 찾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지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엑셀에 작성해 두는 것입니다.
지금 제가 캡처한 사진을 보면 지출 계획을 적는 란과 실제 지출란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는 걸 아실 텐데요.
단지 '지출이 수입에 비해 많았나? 적었나?'만 따지지 않고 계획을 세워두고 항목 당 계획과 얼마나 차이나는 지 몇 달간 파악해 보세요. 그러면 내가 의식하지 않았던 과소비 항목을 찾을 수 있죠.
잠깐 저희 가족의 얘기를 드리면 2인 기준 생활비 지출계획을 매달 141만 원 지출한다고 계획했는데요. 이 141만 원에는 식비, 2인 기름값, 생활용품비, 보험료, 공과금, 경조사 및 취미 생활 비용까지 포함하여 지출계획을 잡았습니다. 무엇이든 지출가능한 용돈은 각자 15만 원을 계획하여 매달 쓰고 있죠. 이 외에는 기타 회사 관련 회비, 비상금 지출을 모두 가계부에 적고, 수입의 70% 이상 쓰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셔서 지출 계획을 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다음에는 가정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합니다.
먼저 대차대조표를 설명할 필요가 있겠네요. 대차대조표란 네이버 사전을 검색하면 '일정 시점에서 기업의 재무상태, 즉 자산과 부채, 자본의 내용을 기록한 표'라고 나옵니다.
이 의미로 미루어보면 가정의 대차대조표는 '가정의 자산과 부채, 자본의 내용을 기록한 표'가 되겠죠. 그리고 자본은 보통 '자산-부채=자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엑셀 대차대조표 시트에는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이 가진 재산의 종류를 나누어 작성해 보세요. 그리고 이 자산들의 평가금액들을 합산하여 부채인 대출을 빼서 자신 또는 가정의 자본을 계산해 보세요.
점점 대차대조표를 작성해나가다 보면 자본의 금액이 점점 커져 나가는 걸 느끼게 되실 거예요. 그러면 결국 부자가 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다'라는 주제로 글 이어가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