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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Jan 29. 2022

"아빠, 아빠, 지금 노트북 봐도 돼요?"

아빠 육아일기

"도진아!, 도아!"

아침 6시부터 일어 딸아이 다시 잠들지 못하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 좋은 생각이 났는지 자고 있는 동생을 깨우기 시작한다. 아직 꿈나라에서 일어나지 못한 아들내미가 아무 말이 없자, 딸내미 한동안 조용하다.

잠시 후, 딸아이한테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누나, 누나, 나 깨웠어?"

졸리는 목소리도 동생이 대답한다.

"어. 일어났나 안 일어났나 확인해보고 싶어서."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딸내미의 '비밀작전'이 벌써 반이상 성공했다. '이 녀석들 아침 일찍 노트북 보고 싶은 모양이네.'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어떻게 둘이서 작전을 성공시킬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자는 척을 하면서 아이들 말에 귀를 쫑긋하며 라고 하는지 들어본다.

"누나, 오늘 토요일이니까 어린이집도 안 가고 노트북도 볼 수 있다. 맞지?"

"어, 그래!"

"근데, 왜 아침이 아직 안 오는 거야? 얼른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 맞지?"


올해 들어 6살이 된 아들내미 이제 말하는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똑 부러지게 한다.

"누나, 월수토 노트북 보는 날 맞지? 오늘 토요일이니까 노트북 볼 수 있겠다. 얼른 봤으면 좋겠다. 그렇지?"

"어."


이른 아침부터 동생을 깨워 노트북을 보고 싶은 딸아이의 작전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월수토 3일, 2시간만 볼 수 있는 노트북. 수요일 노트북 보고 목요일 금요일 이틀이나 참느라고 아이들 나름 고생이 많았다. 아이들이 고생이 많았던 만큼 아내와 나도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이틀 동안 그 긴 <꿀벌 마야>도 읽어주고, <100층짜리 집>과 각종 수학 관련 책, 와이 책 등등 저녁시간을 노트북 대신에 아이들이 가져오는 책 읽어주느라 아내와 나 힘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틀 동안 얼마나 심심하고 얼마나 노트북이 보고 싶으면 새벽같이 일어나 동생을 깨워 노트북을 보자고 했을까 싶기도 하다.


잠시 후, 드디어 우리 아들내미 자는 척하는 내게로 어둠을 뚫고 쿵 쾅 쿵 쾅 발걸음을 옮긴다. 제일 먼저 내 옆에 바짝 몸을 누우며 사정없이 내 몸을 밀치고 비비며 "아빠, 아빠"한다. "아들내미 잘 잤어?"란 나의 말에 "네, 아빠. 아빠도 잘 잤어요?" 한다. 근데  잘 잤아요란 말에 일도 영혼이 없다. 내가 일단 깨어났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고 잘 잤냐는 말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드디어 본심을 드러낸다.


"아빠, 토일인데 지금 노트북 봐도 돼요?"

"어, 그래."

나의 말에 신이 난 아들내미 바로 일어나 누나에게 달려가며 "누나, 노트북 지금 봐도 된데! 우리 노트북 보자!" 한다. 그 말에 딸내미도 펄쩍펄쩍 뛰며 거실로 달려간다. "자! 노트북 세팅해볼까?"란 딸내미 숙련된 기술로 7살이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연결하고 마우스를 연결한다.

"아빠. 비밀번호 얼른 넣어주세요!"

"그래, 잠시 눈 감고 있어 봐, 아빠가 해 줄게."


새벽 댓바람부터 노트북 작전에 성공한 딸내미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이다. 처음으로 자고 있던 동생을 깨웠던 시도가 신의 한 수였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거 볼 거야!"

"그래, 알았어!"

"요거!"


아침부터 죽이 딱딱 맞다. 나도 덕분에 아이들 노트북 보는 시간을 틈타 이렇게 글을 남긴다. 우리 아들, 딸 노트북 너무 많이 보지는 말고 딱 2시간만 보자. 아빠와의 약속 잘 지켜줘서 너무 고마워! 다음 주 토요일은 새벽 몇 시부터 나를 깨울까 궁금하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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