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부엌에 전구 나갔는데."
"그래?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갈자."
"그래."
아내 그 말은 하기는 했는데
주방에서 애들 호떡 만드느라
불이 하나 나가 어두우니 뭔가 불안한 모양이다.
애들 아침밥 차려주고
기존 형광등을 빼고
새 형광등을 갈아 넣는다.
근데 불이 안 들어온다.
이 와중에 토마토 주스 해 먹는다고
토마토 넣은 믹서기 소리는
"이이이이잉잉잉잉~~"
왜 그렇게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아빠, 물요~~"
"아빠, 호떡 잘라주세요."
믹서기 소리에
아이들 요구 사항에
혼이 다 빠진다.
내가 다시 새 형광등으로
교체해봐도
불이 들어올 생각이 전혀 없다.
뭔가 찝찝한 기분이다.
아내 검색을 하니
'안전기'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고 나서
아내가 장인어른에게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고쳐주신다고 하신다.
이것저것 손을 보시더니
안전기를 분리하신다.
"웬만하면 안전기는 고장 안 날건대..."
하시며 전기 상점에 나를 데려가신다.
전구도 혹시 몰라 점검을 하니
전구는 멀쩡하게 불이 잘 들어온다.
떼어간 안전기가 이상이 있나 싶어 열어보니
시커멓게 부속 한 부분이 탔다.
100프로 안전기 문제였다.
장인어른께서 돋보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더듬거리며 힘들게 새 안전기로 교체했다.
전구를 끼우고 불을 켜니
'짜잔'하고 거실이 밝아졌다.
기분이 좋아졌다.
장모님이 그러신다.
"집 구경 왔는데 불이 하나 안 들어오면
기분 확 나빠지지. 잘 고쳤어."
참 희한하다.
이사하는 당일 전날에
2년 동안 멀쩡하게 쓴 형광등 안전기가 고장이 날까?
정말 이사하라는 신호인가?
정말.....?
부엌이 새 형광등으로 환해졌다.
그 기운을 받아 집이 얼른 팔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