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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마라도 (바다가) 끝이 없다!

제주 살이 6일 차

by 도도쌤

아침에 산책을 하니

좋은 게 하나 있다.


날씨를 바로

알 수 있다는 거다.


"아빠, 오늘 몇 도 예요?"

아침부터 기온을 물어보는

아들에게 당당하게

설명을 덧붙여 말할 수 있다.


"아들, 오늘 날씨는 6도,

어제 보다 1도 올라갔네.

아빠 산책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더라."


일주일 내내 이사하느라

지친 아내와 우리 식구를 위해

오늘은 조금 멀리 떠나고 싶다.


지도를 보다 저 멀리

'마라도'가 눈에 들어온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안 그래도 어제 아들이 바다가

보고 싶다고 그랬단다.

아들딸만 수락하면 끝이다.


"아들딸, 배 타고 짜장면

안 먹으러 갈래?"


내 말에 책에 푹 빠져있던 딸

바로 "갈래! 갈래!" 한다.


"배 무서워! 안 갈래." 하던 아들도

"배 탈래"라며 다시 마음을 바꿨다.


평소 외출하러 나가려면

아이들 옷 입히고

뭐 좀 챙기면 기본이 30분인데


오늘은 "늦게 가면 배 못 탄다!"라는

나의 말에 초스피드로 준비하는 아이들이다.


20분쯤이면 서귀포에서 송악산까지

'마라도가는여객선'까지 가겠지 생각했는데

헉 차로 얼추 1시간이 걸린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다

4인 가족 5만 원 정도다.


'잘 선택한 길이겠지!

무리하는 만큼 제발 좋아야 할 텐데!'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지만


표를 끊고 마라도 배 타러 가는 길

눈부시게 푸르른 바다를 보니 괜히

마음이 설렌다.


1층 선실에만 있다가 우연히 2층에 올라갔는데

그 세찬 바닷바람에도 사람들이 옹기종이 모여

사진 촬영에 제주 경치에 연신 감탄 중이다.


좌우로 크게 왔다 갔다 하는

배 위에서 나도 아이들 데리고

사진 몇 컷을 남겨본다.




한 20분쯤 배 타고 가니

마라도에 도착한다.


두둥!


내리자마자

바람이 장난 아니다.

내복에 점퍼까지 입었는데


춥다!

추워~


아들 오줌 마렵다며 화장실까지

필사적으로 달려간다.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나온 아들을 배경으로

마라도를 담아본다.


찰칵!

찰칵!


이어 화장실에서 나온 아내

무심하게 한 마디 던지는데

그 말이 예술이다.


"화장실 앞인데 배경 좋네!"


화장실 앞에서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긴

처음이다. 하하하하하.


사진 찍다 눈을 돌렸는데

배에서 내린 그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알고 봤더니 다들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역시! 다들 짜장면 먹으러 왔네!'


우리 아들딸

"슈퍼마켓 있다!"며

열심히 짜장면 가게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짜장면 집이 왜 이래 많아?"

아내 한 마디 또 던진다.


아내 말이 맞다.

나도 짜장면 집이 한 두 개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짜장면 집이 줄줄이 있다.


거기다 "여기 맛있어요! 어서 오세요!"

호객행위까지 하신다.


다른 데 둘러보자고 하니

딸내미 배고프다고

"힝, 아빠 미워!" 하며

바로 아무 데나 들어가자고 한다.


아무렇게나 들어간 집에

사람이 또 많다.

맛집인 모양이다.


"난 탕수육에 짜장면!"

"난 만두! 만두! 왕만두!"

소리를 쉼 없이 한다.


그 정신없는 가운데

그 배가 고픈 가운데

우리 아들딸 꿋꿋하다.


끈적한 테이블을

몇 번이나 닦던 딸

"닦을수록 더 끈적해져요! 아빠!"

그러는데 왜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온

짜장면 둘,

짬뽕 하나,

군만두 하나


비주얼이 장난 아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아니면 진짜 마라도 짜장면이

맛있었는지


우리 가족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네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도 부르고 몸과 마음이 후끈하니

풍경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마라도 한 바퀴를 천천히 걸으며

아이들과 장풍 놀이도 하며

신나게 뛰어다니며 아이처럼 논다.


"딸, 여기 섬 이름이 뭔지 알아?"

"....."

"여긴 마라 섬, 마라도야!"


"아! 말아도 말아도 끝이 없네! 맞죠 아빠."

말장난에 흠뻑 빠져 있는 딸

뭐가 말아도 말아도 끝이 없는지 모르겠다.


마라도 마라도 진짜 바다가 끝이 없어서

마라도 인가 싶기도 하다.


배 시간을 늦추니

마음이 한껏 여유롭다.


우리나라 최남단 기념비 근처가 유독

다른 곳에 비해 따뜻하다.


맑디 맑은 바다와 하늘을

눈에 넣고 또 넣는다.


성당도 예쁘고

저 멀리 한라산과 오름들

범섬, 문섬, 섶섬까지

한눈에 제주도가 들어온다.


제주 밖에서 바라본 제주

그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그 그림 속으로

물감이 되어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마라도

내 생에 첫 마라도가

한 동안 계속 생각 날 것 같다.

아! 맞다!

'마라도'도 원앙처럼 천연기념물이라고 한다.

이틀 연속 소중한 그 무엇들을 만난다.

이것도 인연인가?

마라도에서 바라본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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