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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Feb 28. 2022

"주위를 밝게 해 줘요."

아빠 육아일기

딸 아들 세네 살 때, 아내와 나 멀찌감치 떨어져서 손뼉 치면서 누구한테로 오는지 참 많이 했었다. 씩 웃더니 한 번은 엄마한테 가고 한 번은 아빠한테 오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들딸이었다.


몇 해를 키워 여섯일곱 살이 된 아들딸, 이제는 말도 잘하고 의사표현이 확실해졌다. 그때가 문득 그리워 슬쩍 아들딸 있는 앞에서 아빠 좋은지 물어보며 시작한 대화다.


"아빠 좋아?"

"좋은 거 반 , 안 좋은 거 반."

좋다고만 할 줄 알았는데 우리 딸 반은 좋고 반은 안 좋다고 선을 확실하게 긋는다.

뭐라 말할지 너무 궁금하다.


"뭐가 안 좋은 데?"

"노트북 안 보여줘서 싫어. 그리고 한 번씩 눈물 쏙 뺄 정도로 화내서 안 좋아!"

솔직한 딸, 오늘 노트북 안 좋아져서 기분이 안 좋다. 게다가 떼를 쓰면 내가 좀 목소리 크게 해서 안 된다고 할 때 그때가 싫은 모양이다.


"음... 그래? 그럼 아빠 뭐 좋아?"

"아빠 웃겨!"

우리 아들 아빠가 마냥 웃기다고 하하하 웃으며 대답한다.

"아빠 재미있게 잘 놀아줘!"

딸도 덩달아 카드게임도 해 주고 몸으로 놀아준다고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더니 우리 딸 한 마디 덧붙이는데 감동 그 자체다. 세상에나 나에 대해 좋은 말은 어느 정도 다 들어봤는데

딸아이가 한 칭찬이 지금껏 사십 평생 살아오면서 아이들 말로 "짱 최고"다.


"주위를 밝게 해 줘요!"


'아~내가 그런 사람이구나!'

아이들이 한 말이 거짓이 없는 순수함 그 자체니 딱 맞는 말이지 싶다. 나에 대해서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지 못한 나의 좋은 점이 바로 주위를 밝게 해 주는 점이라...


아이들에겐 적어도 내가 밝게 해 주는 모양이다.

앞으로 그렇게 주위를 밝게 해 주는 사람으로 계속 살고 싶다. 딸아이 말에서 나도 알지 못한 나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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