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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Feb 22. 2022

"근데, 전 왜 4등으로 태어났어요?"

아빠 육아일기

어느 날, 아들내미 나보고 이런다.

"왜 아빤 1등으로 태어났어요?"


'어????? 왠 1등???'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한참 버벅거렸는데,

'아 자기도 1등으로 태어나고 싶었던가 보구나!'란 생각이 간 들었다.


"아빠, 아빤 왜 1등으로 태어났어요?"

"음... 그건 제일 먼저 태어나서 그런 거야."

"근데, 전 왜 4등으로 태어났어요?"

(나, 엄마, 누나 다음에 태어났다는 뜻이다.)

"....... 음... 그건... 누나가 먼저 나오고 준이고 다음에 나와서 그렇지...."

".. 전 누나보다 빨리 태어나고 싶어요."

그제야 아들내미 진짜 속내를 말한다.


"왜? 누나보다 먼저 태어나고 싶었어?"

"음.. 저도 누나처럼 키도 크고 싶고, 형(=오빠) 소리를 듣고 싶어요...."

"아~~~~~준이가 누나처럼 얼른 크고 싶은 모양이네."

"네.. 전 아빠보다 더 클 거예요. 언제쯤 되면 그렇게 커져요? 이십 살? 삼십 살?"

"어이구, 우리 아들 늦게 태어나서 속상했나 보네.. 걱정 안 해도 돼. 우리 아들 나중엔 누나보다 아빠보다 훨씬 더 키 클 거야. 알겠지?"

"네...."


키 커진다는 소리를 듣고 그제야 어둡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누나랑 같이 놀자고 기분 좋게 달려간다.


아들과 이야기를 하고 보니 왜 아들이 그렇게 4등으로 태어나서 속상한지 알 수 있었다.

누나가 키도 크고, 말도 잘하고, 책도 잘 읽고, 뭐든지 잘하니 자기도 누나처럼 먼저 태어나고 싶었던 거다.

누나 예찬론자, 누나 따라쟁이인 아들내미,


아들! 누나보다 먼저 태어났으면 그렇게 귀엽지 않았을 거야. 아빤 네가 4등으로 태어나 얼마나 소중하고 귀엽고 깨물어주고 싶은지 모른단다. 그건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 우리 아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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