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 있다면 제주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구름, 나무, 하나까지 다 아름다운 제주도다.하루 거르고 매일 아침 똑같은 곳을 산책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매일 아침이 다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눈 모자를 쓴 한라산은 매일 오라고 나에게 손짓을 하고, 동홍천에 둥지를 튼 원앙 친구는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부리나케 줄행랑을 친다.
아침 산책을 하고 아이들 유치원에 보내주고 모처럼 아내와 둘이서 걸었다. 너무 좋은데 뭔가 허전하다. 저 앞에 아이들이 뛰어가서 "아빠!" "엄마!" 싸우고 웃고 떠들고 해야 하는데너무 조용하다. 그 조용함에 감사한 하루다.
연외천을 따라 걷는 길, 오른편으로 물이 흘러간다.
물을 좋아하는 나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물이 맑다. 손으로 물을 만져 본다.
나의 인기척에 물고기 몇 마리가 쏜살같이 도망간다.
뭐가 있나 싶어 돌을 뒤집으니 수생 곤충들이 나 살려라 하고 모래 속으로 머리를 파묻는다.아이처럼 물장난 치다 잠깐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는데 그 풍경에 압도된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맞은편으로 간 '솜반천'
이 솜반천은 땅 아래에서 물이 솟아나서 생기는 용천수라고 한다.그래서 그렇나? 물이 투명할 정도로 맑다. 이 물들이 만나 천지연폭포를 만든다고 생각하니 '본질'을 찾은 느낌이라 뿌듯하다.
좀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아내 말로 살짝 기분이 나빠질 것 같은 기분이다.횡단보도를 건너니 가게가 몇 개 보인다.우거지 해장국에 비빔밥이 8천 원 이라니 가성비 최고다. 아내와 나 배가 고팠는지 아무 말도 안 하고 허겁지겁 정말 맛있게 점심을 해결했다.
배가 든든하다. 아이들과 이미 다녀간 '걸매 생태공원'으로 길이 이어진다. 세 번 정도 오니 이젠 다 외웠다. 제주주민처럼 자유롭게 이 길을 걷는다. 저번에 안 가 본 매실나무가 가득 펼쳐지는 오른쪽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하영 올레길 '추억의 숲길 구간'이라는데 한 사람 겨우 갈 좁은 숲 길이다.
나만의 비밀 아지트를 찾는 느낌.
'올레'다.
짧았지만 보물을 찾은 듯 너무 기뻤다.
또다시 이어진 길은 '칠십리 시 공원'
저 번에 못 가본 천지연폭포도 멀리서 바라본다.
하영 올레 디자인에 너를 한 번 넣어본다.
사진 잘 찍었다고 아내에게 자랑을 하는데
우리 아내 별 반응이 없다. 하하하하
저 멀리 새섬 전망대까지 보고 내려왔더니 다리가 너무 아프다.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 제주 버스 안도 참 정겹다. 직접 제주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에 나도 잠시 동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