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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꽃이나 나무 보면 감탄하잖아요!

제주살이 19일차

by 도도쌤

재우기 전에 딸에게 하루 집에만 있어서 안 지겨웠냐니까 딸아이 세상 만물의 이치를 깨달은 듯 이야기한다.


"아빠, 밖에 못 나가서 아쉬웠지만 집에 있는 것도 좋았어요. 왜냐면 새소리도 듣고, 까치도 보고, 하늘에 있는 구름도 보고 자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딸아이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어제오늘 몸이 조금 괜찮아져 집에 있는 게 조금 답답하기는 하지만 아이들과 놀아주고, 책 읽고, 흘러가는 구름도 보고 집에만 있으니 뭔가 여유를 찾은 기분이다. 특히, 오늘은 아들내미 방에서 장난감 가지고 놀다 창문 밖을 봤는데 뭔가 또 움직이지 않겠는가? 바로 꿩이다. 수꿩 장끼다. 오색찬란한 색에 목에 하얀 테두리를 한 꿩이 먹이 사냥을 하러 우리 집 멀리 보이는 게 아니겠는가? 아들에게 꿩이라고 하니? 어디 어디 하며 살피더니 발견한다.


"아 저 오색찬란한 색 저거요? 저거 뭐라고요?"

"꿩이야!"


내가 신기해서 꿩 보는 사이, 아들내미 그 신기한 꿩을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은 지 냅다 엄마방으로 달려간다. 엄마에게 꿩 보러 오라는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 우리 아내 아들과 함께 오더니 바로 하하하 웃으며 말한다.

"여보, 아들 뭐라고 내게 하는 줄 알아요? 꽁꽁 꽁 보라고 하길래 똥 보라고 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하며 웃는다. 아직 '꿩' 발음이 어려운 아들 때문에 또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아무튼 집 근처에 이렇게 꿩도 보이고 동백나무도 보이고 하늘과 구름이 보이니 딸 말처럼 자연과 함께 사는 것 같다. 낮에는 아이들과 책을 같이 읽으면서 대화도 나눴는데 내가 자연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도 알게 해 준 시간이 되기도 했다.


"너희들 밖에 안 나가니까 안 답답해?"

"(딸) 전 집 생활 좋은데요."

"아빤 밖에 좀 나가고 싶은데."

"(딸) 아빠는 자연 좋아해서 그렇죠?"

"우리 딸 아빠 자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아빠는 꽃이나 나무 보면 감탄하잖아요."

"아빠가? 아빠가 그런 줄 전혀 몰랐네. 어떻게 감탄을 해?"

"(아들) 꽃 예쁘다 하잖아요!"

"(딸) 이 나무 키 정말 크구나 하기도 하고, 꽃 냄새도 코 대고 맡잖아요."


공원이나 산에 가서 산책을 할 때 나도 모르게 했던 행동과 말을 아이들은 정확하게 다 보고 기억하고 있었던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부모 행동과 말이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인걸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자연스러움을 자연스럽게 익히는구나!' '그게 바로 모범이고 교육이고 삶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배움이구나! '


또 한 번 배운다. 그리고 이렇게 자연과 가까이 사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큰 배움인 걸 제주도에서 느끼는 하루다. 맹모삼천지교의 뜻을 작게나마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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