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박물관 뒷동산에 드디어 오르다.

by 도도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감귤박물관 놀이터, 이곳을 참 자주 온다. 그네랑 시소랑 뱅뱅이가 있어 언제 오더라도 1시간은 거뜬하게 노는 곳이다. 여기를 자주 오니, 어르신들이 종종 감귤박물관을 끼고 있는 야트막한 산을 자주 오르락하는 것을 본다. 그분들을 볼 때마다 나도 가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나만 가고 싶은 줄 알았는데 우리 아내도 여기가 가 보고 싶었나 보다. 토요일 아이들 운동회 찬스로 오전에 잠깐 어디 갈까 고민하는데 아내가 먼저 여기 가 보자고 해서 진짜 속으로 깜짝 놀랐다. 역시 부부는 일심동체인 모양이다. 하하하하.


감귤박물관, 월라봉 산책로 by도도쌤


"항상 아이들 여기 놀이터만 데리고 와서 산에 못 갔는데 이제야 오네!"

오늘은 놀이터가 아닌 산으로 향하는 마음에 기분이 붕 떠서 아내가 말한다. 여기 산 정식 명칭은 '포제 동산'에 '월라봉 근린공원'인데, 이 두 곳이 감귤박물관을 품고 있는 형상이다. 어쨌든 오늘은 놀이터 안 가고 산을 아내와 같이 여유롭게 오르고 감상할 수 있다는 자체에 그저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팔각정과 참꽃나무 by도도쌤


산은 정말 동네 뒷산처럼 아주 오르기 쉬운 난이도 1코스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참꽃나무 분홍색이 초록 나뭇잎들 속에서 활짝 웃고 있다. 아내와 나 참꽃나무 길을 걸으며 사진도 찍고 기분이 마냥 좋다. '월라봉 정상 바위'라는 곳도 있어서 올라가 봤는데 여기 서귀포가 한눈에 다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월라봉 정상에서의 서귀포 풍경 by 도도쌤


바다 저 멀리 지귀도, 섶섬, 문섬이 보이고 초록빛 나무와 새파란 하늘이 쫙 펼쳐져 있어 속이 다 시원했다. 여기 오는 길에 사각정 안에 있는 바위 보고 정상 바위인가, 하는 내 말에 지나가는 할머니 웃으면서 "여기 바위 아니고, 저긴 데요"하는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하하하하.

멋진 바위 하나 by 도도쌤

20분도 채 안 걸으니 벌써 하산하는 길이 나온다. 그런데 웬 바위가 하나 우뚝 솟아 있는데 참 특이한 형상이다. 나도 모르게 "네가 바다에 있었다면 외돌개가 되었을 텐데"하며 이 멋진 바위의 아쉬움을 달랬다. 멋진 바위도 보고 아이들과 있었을 땐 못 가봤던 길을 걸으니 기분이 마냥 좋다.


5월인데도 더운 날씨에 제법 걸었더니 이마에 땀이 맺힌다. 땀도 식히고 좀 쉴 겸 감귤박물관 2층 카페에 가서 음료를 하나 마시러 간다. 딸아이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인데 공사한다고 못 가게 하고 우리만 오니 조금 미안하다. 다음엔 꼭 같이 와서 내가 시킨 '한라봉 스무디'를 하나 사줘야겠다.

한라봉스무디와 책 by도도쌤

여기 카페 기대 안 했는데 참 좋다. 공간이 제법 크고, 여기 베스트 메뉴인 한라봉 스무디 가격이 3,500원 밖에 안 한다. 아내 말로는 많이 싼 거란다. 맛을 보니 맛도 이 정도면 맛있다고 그런다. 여기 월라봉 근린공원 걸었다고 더웠던 기운이 스무디에 시원해진다. 음료를 마시며 제주와 관련된 책까지 읽으니 제주에 와 있다는 게 실감이 더 난다. 두 달 동안 많은 곳을 가 보았지만 아직까지 갈 때가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에 또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제주는 역시 파면 팔수록 더 멋진 곳이 많은 보물섬 맞는 것 같다.


월라봉 근린공원 둘레길 '생이소리길' by도도쌤


음료를 먹고 책도 읽고 좀 쉬니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산으로 해서 주차된 차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아내가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일명 '감귤박물관 생이 소리길'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 길은 여기 근린공원 둘레에 길을 만든 둘레길이며 참 걷기가 좋다. 우리 아내 이 길을 걷더니 "이 길 참 좋다!"며 감탄을 한다. 둘레를 걸으니 오르막도 없고 숲 속 길이니 걷기에 참 좋다. 나중에 아이들과 함께 걸으러 오자고 아내와 약속했다.



"여기, 제주여행 오는 사람들은 유명하지 않아 안 오겠다. 맞지?"

내가 말하는데도 이 말이 맞다. 제주도에 여기 말고 볼 데가 얼마나 많은데 여기를 오겠는가? 그래도 혹시나 감귤박물관에 방문한다면,


여기 둘레길 한 번 둘러보고,

월라봉 정상에 한 번 가 보고,

감귤박물관 구경하고, 귤이랑 사진도 찍고,

피자 만드는 데 가서 아이들과 피자 한 번 만들어서,

2층 카페에 가서 한라봉 스무디와 함께 먹으면 어떨까?


여기를 자주 왔더니 하나의 코스를 짜 버렸다. 하하하하하.

항상 감귤박물관 놀이터만 왔다가 이렇게 포제 동산 길을 걷고 음료를 마셨더니 여기가 다시 새로 보인다. 아이들과 같이 조만간 내가 짠 코스로 도전해 봐야겠다. 놀이터는 이제 그만.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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