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소깍 깡통 열차' 드디어 타 보다.

by 도도쌤

한 2주 전에 아내가 몸이 안 좋아 혼자서 올레길 6코스를 혼자서 완주했었다. 그때 쇠소깍 초입에서 만났던 '깡통 열차'를 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지그재그 움직이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던 순간을 말이다. 반드시 아내랑 꼭 타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아내가 6코스에 있는 쇠소깍을 보고 싶다고 그런다. 속으로 '깡통 열차'는 반드시 타자고 해야지, 하며 마냥 신나 했었다. 버스를 타고 효돈중에서 내려 효돈천을 따라 걷는 이 길, 사람도 없고 한적하니 너무 좋다. 갑자기 아내 "6코스 이렇게 좋은데 왜 가자고 안 했어?"라고 몇 번이나 말하는데 다음에 꼭 같이 가려고 했지, 라며 무마시키느라 엄청 힘들었다. 하하하하.


효돈천 옆 가로수 길 by도도쌤


올레길 6코스에 들어서자마자, 넓은 하천을 따라 걷는 길, 속이 뻥 뚫린다. 아내 보고 좋냐고 그러니, "온천천 같네요!" 그런다. 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초록 타일 색이 비슷하니, 부산에 살 때 집 근처 자주 걸었던 온천천 느낌이 살짝 난다. 몸은 이렇게 제주도에 있지만 아직도 마음은 부산인가 보다.


효돈천을 따라 쇠소깍으로 가는 길 by도도쌤


항상 제주의 뜨거운 8월만 경험하다가 시원한 바람이 부는 5월을 여유롭게 걸으니 이 순간이 거짓말 같다. 오늘따라 먹구름이 가득하고 뜨거운 해가 없으니 걷는 게 더 신난다. 바람이 세게 불어 추운 날씨이지만, 적당한 보폭에 빠른 속력으로 걸으니 그 바람마저도 상쾌하게 느껴진다. 저 멀리 찔레꽃향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내 코를 찌르는데 캬 너무 좋다. 향이 너무 달콤해 마치 딸기잼을 먹는 것 같다.


쇠소깍과 카누 by도도쌤


역시나, 쇠소깍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오늘도 에메랄드 바다는 카누와 테우로 가득하다. 카누는 아내가 결혼 전에 친구들이랑 타 봤다고 안타도 된다고 한다. 대신 내가 진짜 타고 싶었던 '깡통 열차'를 타자고 하니 흔쾌히 좋다고 한다. '오에! 드디어 탄다!' 가격은 어른이 7,000원 어린이가 5,000원이다.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해 20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벤치에 앉아 검은 모래 해변과 지귀도를 보다. by 도도쌤


20분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맞은편 벤치에 앉아 지귀도와 검은 모래 해변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물수제비를 뜨는 사람들, 예쁜 사진을 남기는 연인들, 모두들 5월의 제주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파도 소리가 철썩철썩 바람은 쌩쌩 세차게 분다. 벤치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강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마음껏 마시고 내쉰다. 마음이 고요해진다. 눈을 뜨니 어렴풋이 보이는 이 아름다운 해변에 내가 있다는 자체가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울 따름이다.


드디어 나의 깡통 열차가 도착했다. 헬멧을 머리에 착용하고 깡통 열차 맨 뒤에 탔다. 어릴 때 놀이동산에 놀러 온 아이처럼 기분이 설렌다. 출발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우와! 우와!" 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온다. 도로 한가운데를 지그재그로 가르며 빠른 속도로 달리는 질주감이 끝내준다. 하효항에 도착했다. 이 무료한 곳이 이렇게 재미난 곳으로 탈바꿈할지 생각지도 못했다.


깡통열차의 속도감과 코너감 b도도쌤


깡통 열차의 엄청난 속도감과 코너 감에 바닷속으로 풍덩 빠질 것 같은데 다시 살아나고, 벽으로 부딪힐 것 같은데 다시 살아나고, 계속해서 뺑글뺑글 하효항 구석구석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르겠다. 살짝 어지럽긴 했지만 속도와 짜릿함에 모처럼 아이처럼 마음껏 소리 지르며 재미나게 탔다. 아내도 재미있는지 "7,000원이면 진짜 가성비 최고다!"라며 신나 한다.


그렇다. 이 정도 가격으로 이 정도 즐거움을 맛보기란 쉽지 않다. 하효항에서의 곡예를 끝으로 쇠소깍 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도니 주변 사람들이 "저거 재밌겠다!"며 다들 쳐다본다. 재미있으니 꼭 한 번 타기 바란다. 너무 속도를 즐겼나 다 타고 내리니 다리가 후들후들거린다. 하하하하.


깡통열차 by도도쌤

저번에 타고 싶었던 한을 드디어 풀었다.

쇠소깍 깡통 열차 재미있다.

아이도 어른다 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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