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쪽의 조금 무료한 고산 평야만 걷다가 모처럼 북동쪽을 걸었다. 올레 20코스 길인데 경관이 수려하다. 월정리 해수욕장에서 시작해서 김녕 해수욕장까지 걸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움이다. 이름하여 '성세기 태역길'이다.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카메라를 계속 찍었는데 무려 50장 가까이 찍었다. 나만 알고 있기 너무 아까워 그 아름다운 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주밭담 테마공원'에 주차를 하시고 김녕해수욕장 방향으로 걸으면 된다. by도도쌤
곧바로 김녕해수욕장으로 가면 이 아름다움을 만날 수 없다. 월정리 쪽에서 김녕 쪽으로 걸어야 한다. 주차장도 넓어 편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중간에 있었는데 바로 '제주밭담 테마공원'이다. 여기서 주차하고 김녕해수욕장 쪽으로 올레길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1시간 정도 넉넉하게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이며 제주의 멋진 경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녕, 월정 지질트레일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by도도쌤
'김녕 월정 지질트레일'이라는 이정표 길을 따라 걷는다. 검은 현무암 사이로 연보라색 꽃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 참 이쁘다. 이름이 궁금해서 알아보니 '눈개쑥부쟁이'라고 한다. 노란색 동그라미에 연보라색 꽃들이 검은 현무암과 찰떡궁합이다. 예쁘다. 예쁘다. 예뻐.
눈개쑥부쟁이. 아름답다 by도도쌤
현무암 바윗길만 걷다가 어느 순간 억새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한 해 동안 수고 많았다고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있는 것 같다. 억새들을 손으로 만져보니 참 부드럽다. 너희들도 한 해 동안 지금까지 오느라 수고가 참 많았다.
억새와 바다와 저 멀리 한라산. by도도쌤
억새들만 있다가 문득문득 저 멀리 새파란 바다가 조금씩 보이는데 묘한 감동이 마음속에 출렁인다. 조금 더 걸으니 김녕 해수욕장의 푸른 바다가 내 시선을 강탈한다. 아내도 이 경치에 감탄했는지 360도 파노라마 동영상을 찍고 있다. 아 아름답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제주에 다시 온다면 이 곳을 다시 꼭 걷고 싶다. by도도쌤
그러고 보니 여기 풍경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제주 하면 생각나는 모든 것들이 사진 한 장에 다 있다. 영롱한 애매랄드 색 바다와 새하얀 파도. 저 멀리 하양 구름 아래에 실루엣을 드리우고 있는 한라산. 줄지어 서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팔랑팔랑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들. 그 풍경이 사진 한 장에 다 들어 있다.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by도도쌤
김녕 해변에 다가갈수록 바다 색깔이 더 고와진다. by도도쌤
'카이트서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나도 타고 싶다. 저걸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김녕해수욕장에 다가갈수록 새파란 하늘과 영롱한 바다 빛이 숨통을 탁 트게 한다.
"여기 김녕 살고 싶다."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몇 번이나 나온다.
올레길 20코스에서 만난, 성세기 태역길.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해안 길이다. 금능에서 협재 가는 길과 견주어도 손색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예쁜 길이다. 제주를 보고 싶다면 제주를 마음껏 느끼고 싶다면 여기 '성세기 태역길'을 1시간 정도 꼭 걸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