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슬로러닝을 하게 된 계기

by 도도쌤

두 번째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변기에 앉았는데 세상이 핑 돌았다. 마치 술 먹은 다음 날처럼 어질어질했다. 순간 기분 탓이려니 했는데 일어나서도 계속 띵 했다. 살짝 피곤해서 그렇겠지 곧 사라지겠지 했는데 그 어지럼증이 내 일상에 일주일 넘게 침투했다. 정상적인 일상이 안 되니, 나에게 주위에게 인상을 쓰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일상이 아주 많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내 상황을 지켜보던 아내가 도저히 안 되겠다 판단했는지 나를 바로 병원에 입원시켰다. 피를 뽑고 이석증 검사를 했다. 그리고 머리 MRI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찍었다. 결과는 머리는 멀쩡하고 이석증도 약간 있다고 하는데 거의 괜찮은 수준이었다. 대신 내 피에서 고지혈증 수치가 꽤나 높게 나왔다. 고지혈증 때문에 머리가 띵한지 아니면 무엇 때문인지 원인은 정확히 모른 채, 그렇게 병원에서 4박 5일 입원하고 퇴원을 했다.


고지혈증 약도 먹고 퇴원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지럼증이 다 사라지지 않았다. 평소 100이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항상 마이너스 -10 정도가 된 90이 된 채로 살아야 했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의 그 따분함도 한 몫했다. 몸을 움직여야 했다. 이 안 좋은 띵한 기분을 일상에서 유지한 채 평생을 살 생각을 하니 나 스스로가 참 못나 보이고 답답했다.


마침 이때 내게 찾아온, <길 위의 뇌> 책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루틴의 힘>이라는 책이 컸다. 두 책 다 달리기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책인데 읽어보니 달리기를 바로 해야 했다. 어지럼증이 아무래도 내 피가 깨끗하지 않아서 인 것 같았다. 그리고 왠지 뇌가 정상적으로 나왔지만 이대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뇌 문제로 정말이지 나중에는 큰 어지럼증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예언적 느낌도 받았다.


책에서처럼 1분 걷고 1분 슬로러닝을 시작했다. 걷는 것도 아주 천천히 슬로러닝도 천천히 제자리에서 뛰듯이 달렸다. 그렇게 한 10여분을 하니 몸이 가뿐했다. 머리도 맑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눈이 맑아졌다. 이틀에 한 번 꼴은 꼭 1분 걷고 1분 슬로러닝을 10분에서 20분 아니 30분까지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이니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고, 평소 걸을 때 발걸음이 아주 가벼워졌다. 한 달 후 피검사도 고지혈증 수치도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몸이 안 좋아져서 달리기를 해야 했다. 그렇게 조금씩 달리는 나를 마주하고 있다. 이틀에 한 번 꼴을 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듯해지기까지 하다. 뇌가 깨끗해지고 피가 깨끗해지고 눈이 맑아지고 다리가 튼튼해지는 느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건강함이다.


내 건강은 아무도 지켜줄 수 없다. 귀찮지만 어지럼증을 생각한다면 그 무기력함을 생각한다면 매일매일 꼭 해야 할 일이다. 오늘도 슬로러닝을 하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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