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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Nov 02. 2021

"오에! 수요일 햄버거다."

아빠 육아일기

"아빠, 저번에 간 햄버거 맛있더라."

"그래? 햄버거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되니까 다음에 가자."

"아빠, 지금... 지금..."

"저번 주에 먹었으니까 이번 주 금요일 가자."

"그래 아빠.."

이번 주 가자는 말에 쿨하게 오케이 한 딸. 일단 햄버거 먹기 작전 성공이다. 딸과 내가 이야기하는 걸 듣고만 있던 아들 이런다.


"아빠, 지금 햄버거.."

"햄버거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아요."

"그럼 난 야채 햄버거."

(속으로 빵 터진다. 야채가 몸에 좋으니 야채 햄버거를 그 순식간에 만들어 낸 거다.)

"야채 햄버거는 없어."

(순간, 야채 햄버거 나오면 대박 생각이 든다.)


듣고만 있던 딸 이런다.

"난 더블 야채 햄버거."

"그런 거 없어."

그러니 둘이 "하하하하하하!" 웃는다.

"그럼 난 더블 치즈 버거. 아빠 내일 화요일 가자."

"알았다. 그럼 수요일 가자!"

"오에! 수요일 햄버거다."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결국 햄버거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오는데 짜장면 집 가게 앞을 지나니 짜장면집 가자고 또 우리 아들내미 가게 앞에서  발짝도 안 움직인다.


"나 짜장면 사줄 때까지 안 갈 거야!"


한 1분은 넘게 기다려도 얼음이다.

"아들, 수요일 햄버거 안 사 먹는다. 그럼."

햄버거가 더 먹고 싶었던지 짜장면은 얼른 포기하고  잡고 나를 따라온다.


누가 피자를 사서 들고 가니 그 냄새 때문에 피자 먹으러 가자고 또 난리 난리다. 결국, 붕어빵 파는 곳에서 팥 2개. 슈크림 1개 사서 왔다. 1000원에. 하하하하.


"따뜻할  먹어야 하니 바로 가자. 동생."

딸 한마디가 너무 고맙다. 놀이터 자동 패스다. 하하하하하.


오자마자 손 씻고 붕어빵 먹는 아들 딸내미 우유 함께 순식간에  먹는다. 오늘 유난히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가게 앞 지날 때 보통 사 달라고 안 하는데 말이다.


잠시 메시지 확인한다고 방에 갔다 왔는데, 달력을 보니 뭐가 적혀있다. 보고 진짜  터졌다. 바로 사진 찍고 아내에게 보내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함께.

참고로 노트북도 수요일 볼 거 "하루 땡기자"고 해서 결국 화요일로 본다. 이제 글자도 적을 줄 아니 빼박이다. 자기 전에 딸에게 슬쩍 물어본다.


"딸, 달력에 햄버거 왜 적어 놨어?"

"아, 그거 까먹을까 봐요. 히히."


정말 똑똑한 딸내미 뒀다. 한 번씩 월급날 '치킨'이라고 썼던 걸 정확하게 기억하고 나 따라한 거다. 적어 놓으면 그날에는 반드시 한다는 걸 정확히 기억한 거다. 


갈수록 똑똑해지는 딸과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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