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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카페

by 조효복

폭설 카페



혼자라는 말은 먼 설원으로부터 온다

한파가 있었고

어떤 예감처럼

네 등 뒤로 눈이 쏟아진다

너는 폭설을 모르고 전조는 좋지 않다

카페의 문이 열릴 때마다 눈이 들이친다

익숙한 한기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금방 묻혀버릴 발자국을 따라 눈밭이 펼쳐진다

우린 흰 눈 위로 쏟아지는 빛이

침묵을 어떻게 견디는지 보고 있을 뿐이다

보호구역을 벗어난 야생동물처럼 시선이 멀다

뒤로 펼쳐진 적막은 아득해서 가늠하기 어렵고

눈 뒤의 시간은 얼마나 차가울까 생각한다

멀리 다른 무늬의 발자국을 남기는 나란한 우리가 보인다

폭설이 말을 덮고 온기를 덮는다

카페 안으로 흩날리는 눈

두 손으로 컵을 감싸면 무엇이든 괜찮아지는 마음

컵 안에서 눈이 녹는다

거품이 입술에 닿고 출구는 너에게 닿아있다

비슷한 눈사람들이 들어서는 설원

감춰진 발을 비비고 팔짱을 놓쳐도

기대고 싶은 믿음처럼 눈사람처럼

서로를 돌아볼 수 없어 앞만 보는 우리는

쌓이는 눈만으로 우린 사라지지 않아

내내 폭설 속이다




월간 『모던포엠』2024 신년호 발표





사진-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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