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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효복 Sep 30. 2024

Salon blue

Salon blue




산책하기 좋은 날

푸른 스카프를 둘러요

따뜻하게 목을 감싸요

화가 치밀어 오를 땐 두건이 되기도 하죠

      

모닝 펌 할인되나요?

머리부터 잘라야겠군요  

    

경계가 되는 부분을 조입니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처럼 위태롭습니다

첫 직장인데요   

   

잘린 머리에서 말이 뭉클뭉클 쏟아집니다

스태프가 부지런히 쓸어 담고 디자이너가 커피를 권합니다

살롱은 심심할 틈이 없지요

책처럼 펼쳐져

입에서 입으로 건너가는 중입니다

     

쉴 새 없는 생각이 잘립니다

스카프를 두르고 스태프가 됩니다

알아서 비를 듭니다

성실해 보이는 이 열정은 클수록 상심이 커요

강매당해 산 도구가 산더미여서 부자 같아요

미래는 잘 풀릴 거라고    

  

헤어롤을 말아요 말려들지 말아요

부풀던 거품도 사그라듭니다 두피를 비틀어요

머리칼 안으로 어제의 숲향이 지나갑니다

그대의 내일이 향기롭도록

    

산책을 해요

목을 조여요 스카프를 날리며

화창하게요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령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4. 9월호 발표




사진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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