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on blue
산책하기 좋은 날
푸른 스카프를 둘러요
따뜻하게 목을 감싸요
화가 치밀어 오를 땐 두건이 되기도 하죠
모닝 펌 할인되나요?
머리부터 잘라야겠군요
경계가 되는 부분을 조입니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처럼 위태롭습니다
첫 직장인데요
잘린 머리에서 말이 뭉클뭉클 쏟아집니다
스태프가 부지런히 쓸어 담고 디자이너가 커피를 권합니다
살롱은 심심할 틈이 없지요
책처럼 펼쳐져
입에서 입으로 건너가는 중입니다
쉴 새 없는 생각이 잘립니다
스카프를 두르고 스태프가 됩니다
알아서 비를 듭니다
성실해 보이는 이 열정은 클수록 상심이 커요
강매당해 산 도구가 산더미여서 부자 같아요
미래는 잘 풀릴 거라고
헤어롤을 말아요 말려들지 말아요
부풀던 거품도 사그라듭니다 두피를 비틀어요
머리칼 안으로 어제의 숲향이 지나갑니다
그대의 내일이 향기롭도록
산책을 해요
목을 조여요 스카프를 날리며
화창하게요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령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4. 9월호 발표
사진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