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물관
어느 곳에서 걸어 나온 발자국일까
도시 입구에서 끊어진 메아리에서는
숨은 동물의 움직임이 느껴져
소리를 잃고도 내 안을 서성이는 발자국들
보이지 않는 슬픔을 상상할 때
내 가벼운 심장은 얇아지고
몇 개의 귀가 자라나
너를 크게 그려두고 읽히지 않는 마음을 찾기도 하지
벽을 통과 중인 뿔처럼
박제된 흉상들이 걸려 있는 자연사 박물관
어느 망자의 목에 걸린 뼈로부터 걸어 나온 붉은 발자국
벌목된 숲의 초입을 지나 이곳까지 이어지는데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끄는* 안개의 손이 보여
비명처럼 차가운
살아있는 것 같은 주검은 아름다울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머리 아래에도 영혼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린 이곳에서 복원되지 못할 미래를 확인하려는 것 같아
마음이 사라진 아득한 표정들 속에 우리가 보여
기댈 곳을 잃지 않으려는 사라진 하반신 같아
창 너머를 바라보는 산양의 눈 속엔 들소의 발자국이 있지
능선을 덥히는 그 온기를 이해해
죽어서도 감지 못한 눈도 알 것 같아
회벽을 뚫고 푸른 뿔사슴이 걸어 나오고 있어
우리의 발소리가 섞이고
미래를 알 수 없어 뿔을 키우며
방향 없이 몸도 없이
박제된 메아리가 걷고 있어
*올가 토카르추크
계간 『시로여는세상』2023 봄호 발표
사진-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