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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효복 Oct 18. 2024

안부

안부           



                  

어린 목동이 케냐를 붑니다

죽은 자의 뼈가 바람이 되어 발목을 붙드는 아침  

    

태양신을 위한

부족의 마당은 더는 거룩하지 않고 구름 속으로

     

안데스가 갑니다

흰 라마가 가지요

입안 가득 어제의 달빛과 더운 햇살을 우물거리며

새벽의 한기를 털어낸 목덜미에 아침 햇살 한 줄 얹고 걷습니다

    

가지런한 속눈썹 위로

돌멩이 자그락거리고 부드러운 목초지 일렁입니다

공중에서 흩어지는 거친 바닥들

길 위의 잠이 깜박이고

     

발을 디딜 때마다 생겨나는

라마의 능선들

등 너머로 펼쳐지는

고원의 힘줄들  

   

등에 지고 온 길이 한꺼번에 흘러내립니다

천천히 가세요 아버지   

  

라마뿐인 세상에서 모든 등이 구부러지고  

    

경사진 바윗길을 오릅니다

생계는 이빨을 부수고 입천장을 찢는데

      

느릿느릿 아버지가 걷습니다

무릎을 구부려 깎아 만든 피리 소리가 뒤따릅니다

살갗 위로 불거진 푸른 능선을 따라

흰 구름 속으로               



<문장웹진> 2024. 9월 발표













  갈잎 무성한 황금빛 언덕에 하얀 라마를 보았습니다. 바람이 부는 낯선 그곳은 어디일까. 언덕을 오르니 라마 옆 바위에 걸터앉은 아빠가 보입니다. 다른 곳은 흑백의 풍경인데 언덕 위는 금빛이었지요. 아빠를 부르니 날 보며 뭐라뭐라 하십니다. 잘 계시지요? 아빠. 사랑하는 아빠.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보고싶은 아빠.








사진 출처-https://m.blog.naver.com/abc76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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