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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조효복
Oct 15. 2024
밤의 미모사들
밤의 미모사들
어둠은 매일 다른 모자를 쓰고 나타난다
편의점의 풍선 간판이 휘청이고 귀갓길의 나는 가볍다
후드티 안으로 밤바람이 든다 이어폰을 끼우면
내 잎사귀에 키위키위 새소리 해안가에 울리는 리라 소리
어제는 모자를 세다가 잠들었다
하나 둘 셋 셋 셋…
머리가 들어있지 않은 모자와 후드들
고장 난 가로등이 둥둥 떠 있는 골목이다
우린 입술을 찾을 수 없어
반쯤 설레고 반쯤은 무서운 일
낮을 떠난 그림자들이 모여
삐딱한 취기로 모자를 빙빙 돌리고 있다
몸을 붙인 이파리들의 발이 빨라지고
쉽게 합쳐지는 모자는 힘이 세고
밤과 어울리지 않는 모자는
얼굴이 없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곧잘 믿으니까
호주머니 속 맞잡은 다정은 얼마나 환한 얼굴인지
모자는 모자를 피해가고 모자는 어려워
함부로 벗길 수 없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후드를 잡아당겼다
라벤더 꽃밭이 뒤집히고
돌아간 한쪽 뺨을 검은 바람이 내려친다
준비되지 않은 이파리들은
움츠리지 않아도 될 때까지
파도가 돌아올 때까지
어둠을 견디고 있었다
<문장웹진> 2024. 9월 발표
혼자 있는 시간을 무척 좋아합니다. 누구도 내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혼자라는 사실을 즐기기에 모자만 한 것은 없지요. 이어폰까지 끼우면 세상은 온전히 내 것 같습니다.
저녁 운동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인적이 드문 골목에 들어서면서 두려움이 앞섭니다.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을 경계하며 온 신경은 모자 너머로 이어폰 밖으로 곤두세우게 되니까요.
cctv속의 모자와 마스크는 사건의 가해자 같아 섬뜩합니다. 내 모습도 그렇게 보일 테지요. 모자는 모자가 두렵고 어렵습니다.
사진-Pinterest
keyword
모자
이어폰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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