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과 미래
멀리 있어도 잘 보이니 노랑입니다
봄이 데려오고 가을이 받아 안으니
무엇과도 잘 어울립니다
한껏 부풀어 오른 흰 반죽처럼 설렙니다
야생 열매가 익어갑니다
검은 씨앗 뒤로 다른 세계가 온 거죠
그림을 팔아 식비를 해결합니다
빵 한 조각에 삶은 감자
빵 한 조각에 독주
한 입 베어 문 빵으로 색이 번지고 허기가 빛으로 채워집니다
반죽과 씨앗은 부풉니다
반복되는 잎과 꽃과 복숭아와
어제와 내일의 단단한 모과를 꿈꿉니다
눈길이 닿는 곳에서
화가의 숭고한 세계가 완성됩니다
찡그리는 미간에 최선의 응시가 있고
눈에 보이는 색은 경계가 없어 아름답지요
밀밭을 일구던 화가로부터 색을 건네받아요
빛 사이로 들어가면 또 다른 빛
그의 셀 수 없는 망설임이 전해집니다
흰 반죽과 씨앗은 기다립니다
더워지는 오븐과 미래처럼
다가오고야 말 풍성한 푸른 잎들의 이야기지요
기운이 쇠한 그가 노랑을 해체합니다
거기 완성된 지금이 있고요
<문장웹진> 2024.9월 발표
사진-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