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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효복 Oct 09. 2024

슈팅플라이

슈팅플라이       



                    

공원의 트랙을 반대로 돈다

그럴 수 있다

옆으로도 물구나무로도 갈 수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빨강 메리제인을 신고 뛴다

새것이어서 높이 떠오른다 튕겨 올라

신발은 나의 전부가 될 수 없고

    

트랙은 끝이 없고 나는 멈추지 않는다

팔을 흔드는 내일이 보여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맨발은 밤에도 잘 어울리고

     

공원은 활기차다 개와 어제처럼

꼬리와 솟구치는 웃음들

      

바닥을 믿을 수 없었던 나의 공원은

패인 웅덩이뿐  

   

낮의 모래 무덤이 무너지고

스프링클러가 돈다    

오래된 공원은 오작동에 익숙하고 물이 솟는다

미래는 젖지 않으면 빛나지 않고  

    

잠깐의 분수 쇼는

출구가 선명해지는 내일의 예감 같다   

  

나는 저 트랙을 잘 안다

돌고 돌았고 넘어졌고 엎드린 채 멈춰있었다

창백한 저녁의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흘린 땀방울이 나의 맨발이

밤을 가로지른다

땅과 하늘 사이 나를 통과 중인 미래를 향해

장전한다

힘껏 쏘아 올린다          



<문장웹진> 2024. 9월 발표








사진출처-https://m.smartstore.naver.com/onethecam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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