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리틀 가든
중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태풍 소식은 새벽부터 이어지고
이제는 그 불청객을 기다리게 되는데
튀어 나간 말이 현관문에서 잘린다
아이는 종종 태풍의 영향권에 있고
적막의 중심은 묵중한 헥토파스칼로 채워져 있다
들이치는 빗줄기들
바깥 화단에 석류나무가 휘청이고
성급한 바람이 물에 불은 팔 하나를 창 안으로 밀어 넣는다
한 발을 걸친 아이처럼
펄럭인다
가방을 놓지 않고 있다
제 푸른 목덜미가 꺾일까 휜 등은 팽팽하고
잘못 들어온 새처럼 빠르게 깃을 치는데
창은 바깥과 이어져 있어 난 나무의 주인이라고 할 수 없고
전문가가 말하는 가족에 아이 또한 주인은 없다는데
놓아줘야 할 것도 같아
베란다 한편에 꾸며둔 작은 정원
내가 아는 모든 기분이 초록으로부터 생겨 나
네가 어린나무였을 때
그림자조차 희미한 아지랑이 같았을 때
아직 온기를 모르고
크고 높아질 어깨를 몰랐을 때
야생을 모르는 정원에서 숨기 좋아하는 넌
숲을 다 가진 기분으로 공들여 쌓아 올린 울타리를
하나씩 부수고 훌쩍 뛰어넘는데
바깥을 향해 반쯤 뒤집힌 반스 운동화로부터 시작된 태풍
번번이 데이고 마는 적도에서 우린 식을 줄 모르고
돌고 돌아도 경로가 빤한 아이의 저녁을 모르는 척하는데
<문장웹진> 2024. 9월 발표
사진-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