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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효복 Oct 07. 2024

보이지 않는 나무

보이지 않는 나무   



                     

나무에겐 나무가 없다

라쿤은 라쿤을 모르고

움직이니 살아있다

피가 고이는 쪽이 있다   

   

먼 곳의 하울링

귀를 세우고 키를 키운다  

숲이 없고 오소리가 없고 사람이 있다

     

모아둔 햇빛 조각이 아직 남아있다

철제 골조를 품은 거대한 벽과 벽 사이  

    

몇 달째 흔들고 있다

야생을 향해 도는 라쿤과 오소리다

강과 숲을 반복해 오가며 꿈을 파먹고 있다

    

사막을 모르는 사막 고양이가 바싹 마른 가지에 오른다

쩍쩍 그늘이 갈라지고 있다

     

보기 좋은 것들은 손을 탄다

갖고 싶은 마음이 타들어 간다  

   

제 몸집만 한 덤불과 습지 냄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래바람이 온다

나무는 나무를 꿈꾸고

      

중정 안으로 바람이 고이고

유리에 굴절된 나무와 나무가 돈다


꼬리를 치켜든 야생이 빙빙 돈다

발톱 없이 앞발을 세운다

    

사각 정원을 채운 사각의 하늘

사각의 빛과 빛줄기들

     

가짜 같고 진짜 같은

향을 잃은 은목서가 제 그늘을 벌려

마른 태胎를 묻고 있다       



<문장웹진> 2024. 9월 발표   




사진-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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