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리듬, 영상 속의 나

by 하리볼

2022년 봄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를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무렵. 나는 조지 해리슨에 관한 책을 다시 정리하고 있었다.


15년 전 제주도에서 썼던 그 책. 이제 개정판을 내고 싶었다. 그러려면 브린다반에 대한 장을 다시 써야 했다.


나는 애플뮤직에서 아인드라 프라부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작업하면서 듣기 위해. 키르탄이 흘렀다. 하모늄 소리. 그의 목소리.


"하레 크리슈나..."


문득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혹시 내가 있던 그날 밤의 영상이 있을까?


유튜브를 열었다.


'Aindra Prabhu March 2009'


수십 개의 영상이 떴다. 나는 하나씩 클릭했다. 날짜를 확인했다. 장소를 확인했다.


어떤 영상은 다른 사원에서 찍은 것이었다. 어떤 영상은 낮 시간대였다. 어떤 영상은 2008년이었다.


그러다 하나를 발견했다.


'Aindra Dasa - Exclusive Kirtan Video. March 2009. part1'


심장이 두근거렸다. 클릭했다.


영상이 시작됐다. 본당. 촛불. 향연기. 아인드라 프라부가 하모늄 앞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가 천천히 움직였다. 단상을 비추다가, 사람들을 훑었다.


3분 47초. 화면 오른쪽 구석에 누군가 보였다.


흰 쿠르타. 자파말라 백.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자세. 고개를 약간 떨군 모습.


나는 영상을 멈췄다. 되돌렸다. 다시 재생했다. 화면을 확대했다.


손이 떨렸다.


그 사람의 앉은 자세. 어깨 라인. 목에 걸린 자파말라 백의 색깔.


틀림없었다.


그건 나였다.


나는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봤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 넘기며 찾았다.


5분 23초. 다시 보였다. 이번엔 측면.


6분 55초. 또 보였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


7분 51초. 고개를 들고 단상을 바라보는 모습.


나는 그날 밤 그 영상을 열 번도 넘게 돌려봤다. 다른 각도에서 찍힌 영상을 찾았다.


'Vrindavan kirtan February 2009'


'Aindra night kirtan 2009'


몇 개를 더 찾았다. 어떤 영상에서는 내 얼굴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눈을 감고 마하만트라를 따라 부르는 모습.


증거였다. 나는 정말 거기에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잠들 수 없었다.


16년 전의 나. 서른여섯 살의 나. 회사를 그만두고, 인도로 가서, 아프고, 좌절하고, 돌아온 나.


그 사람이 영상 속에 있었다. 아인드라 프라부의 키르탄 속에. 브린다반의 역사 속에.


나는 기억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잊고 있었다. 그 시간의 의미를.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의 무게를.


하지만 영상은 증명했다. 나는 거기에 있었다. 그의 마지막 해에. 그의 키르탄 속에.


실패한 순례가 아니었다. 그냥 짧은 순례였을 뿐이다.


그리고 그 짧은 순례는, 이제 나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리듬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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