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버레인으로 가는 길

by 하리볼

기차가 출발하자, 노보루는 오른손을 굽혔다 폈다 하며 연신 시타르 연주 동작을 흉내 냈다.
“이틀 동안 시타르를 안 만졌더니 손이 근질근질해.”
그 말은 분명 내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지만, 나는 케이스 속의 타블라를 꺼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열흘 가까이 손을 놓은 탓일까.
타블라가 멀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기차 안에서는 망설였지만, 콜카타에서 돌아온 뒤 노보루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시타르를 꺼내들었고, 몇 시간이고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무언의 압박을 받듯 타블라를 꺼내 들었다.
연습이 손에 잘 붙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다음 날, 다시 구루지를 찾아가 레슨을 받았다.


“나마스까르, 구루지.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


“그래요. 콜카타는 어땠나요?”


“좋은 공연을 많이 봤습니다. 사실 공연도 공연이지만, 관객들한테 더 감동 받았어요. 정말 진지했거든요.”


구루지는 빙긋 웃었다.

“그렇죠. 벵갈 사람들은 감수성이 예민해요. 잘못 연주하면 바로 야유가 나올 수도 있어요. 언론도 혹독하고요. 하지만 그만큼 진짜 음악을 알아보는 귀를 갖고 있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내 안에 멈춰 있던 리듬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듯했다.
슬럼프라 느껴졌던 지난날의 연습도,
조금은 진지하게 다시 붙잡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레슨의 마지막에 구루지는 뜻깊은 한마디를 던졌다.
“지금까지는 단순한 것들이었어요. 이제부터는 모든 걸 섞을 겁니다. 더 복잡해질 거예요.”


불현듯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그 말은 곧 위안이기도 했다.
내가 잘 따라오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즈음 바라나시의 날씨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타블라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노보루가 나에게 다가와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소식을 전해왔다.


“영탁, 자키르 후세인의 공연을 볼 수 있을지도 몰라.”


“정말? 리멤버 샥티?”


“응. 일본에서 2월에 공연한다는 소식 들었거든. 그 전에 인도에서도 하지 않을까 싶어.”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곧장 인터넷 카페로 달려가 검색을 시작했다.

놀랍게도 서울 공연 일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2월 1일, 내가 없는 한국에서 그 공연이 열린다니.
마음 한쪽이 쓰라렸지만, 인도 공연 일정이 확정되기만을 기다리며 지인들에게 한국 공연 소식을 알려주었다.


며칠 뒤, 노보루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1월 28일, 콜카타 공연 확정이래. 우리 도버레인 음악회 끝나고 이틀 쉬고, 바로 그거 보러 갈 수 있어.”


그 소식을 들은 날, 나는 타블라를 붙잡고 한참을 연습했다.
도버레인 음악회와 리멤버 샥티.
음악이 나를 이끌고 있었고,
나는 그 흐름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내가 타고 있는 이 기차는, 음악으로 향하는 순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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