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다가 죽고 싶다.
비혼 주의자들은 흔히 주변으로부터 너 지금은 아직 젊고 안 외롭지? 편하고 좋지? 좀만 더 나이 들어봐, 그렇게 살다가 비참하게 죽는다, 나중에 병들고 아프면 어떻게 할래? 누가 널 신경이나 쓸 것 같니?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참 무례하기도 하지. 이런 걱정을 빙자한 저주와 같은 말이라니.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관은 1인용이다.
배우자나 자녀가 있어도 내가 아픈 모든 순간을 함께 해 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지금 글로 쓰는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등록'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한 번쯤 생각해보고 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삶을 말하기 전에 죽음에 대한 글을 먼저 쓰게 되어서 아이러니하지만 잘 산다는 것은 생을 잘 마무리하고, 잘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이지를 잃고 나 자신이 아닌 채로 죽는 것,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은 상태로 사는 것이 무섭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그래서 생각만 하다가 휴가 때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등록하러 보건소에 갔다.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는 보건 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등록 기관을 방문해서 작성해야 한다. 등록 기관 정보는 아래의 사이트에서 조회할 수 있다.
https://www.lst.go.kr/addt/medicalintent.do
나는 가까운 보건소가 등록 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방문하여 입구에 들어가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을 위해 왔다고 하니 담당 상담가분이 오셔서 바로 맞은편에 있는 상담실로 갔다. 본인인지 확인을 위해 먼저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확인받았다.
설명 책자를 보여주시면서 개념 설명과 등록절차를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지금 등록하더라도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다시 변경등록하러 방문하면 된다고 하여 마음이 놓였다.
작성 양식에 자필로 서명을 했다.
등록절차가 완료되면 문자로도 온다고 했다.
등록 카드도 따로 희망할 경우 발급해 주신다고 했는데 굳이 발급 안 받아도 인터넷에서 조회가 다 가능하니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발급받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와서 그런지 한 1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어떻게 죽느냐도 중요한데 내가 원하는 대로 무의미한 연명 치료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할 수 있어 등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